문은 생각보다 쉽게 열린다
밀면 되고 당기면 된다
그러나 빗장은 그렇지 않다
손을 먼저 얹어야 하고
결을 따라 밀어야 하고
잠시 멈추어야 한다
열림은 의지의 문제지만
그 이전에는 준비가 있다
문은 밖을 향해 있지만
빗장은 안을 향해 걸린다
지키기 위해 잠그는 일과
아직 내어줄 수 없어 미루는 일은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다
나는 한때
문이 열리지 않는 이유를
밖에서 찾곤 했다
두드림이 약해서인지
때가 아니어서인지
그러다 알게 되었다
문은 밀어서 열 수 있어도
빗장은 안에서만 풀린다는 걸
이처럼 이제는
누군가 오기를 조금은 바라게 된다
크게 두드리지 않아도
괜히 발걸음을 멈추기도 하고
앞을 몇 번쯤 지나치다
결국은 서서 가볍게 손을 얹어보는 그런 사람
그런 날이 온다면
나는 안쪽에서 조용히
다만 환한 마음으로
빗장을 매만질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