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위

by 권씀

가끔은 숫자에 기대

결정을 내리고 싶을 때가 있지


내가 아닌 무언가가

먼저 답을 말해주길 바라면서 말이야


그럴 땐 우리 주사위를 던져보자


손 안에서 구르는 작은 각이

내 마음보다 먼저 방향을 정하고

잠깐의 공백이 생겨나


나는 그 사이에서

내가 무엇을 바라왔는지

비로소 눈치채기도 해


그 숫자에 기댄다는 게

조금은 우스워 보이기도 하겠지만

주사위를 던지는 사람은 꽤 진지한 걸지도 몰라


이미 마음 한쪽에서는

원하는 숫자를 정해두고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내 마음 속 정확히 정해진 것이 없을 땐

확신보다 망설임이 더 또렷할 때

주사위 두 알을 던져서

결정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바닥에 닿는 순간

나는 숫자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숫자를 바라보는

내 마음의 방향을 보게 되니까


가끔은 우리 주사위를 던져보자

매거진의 이전글기린의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