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지상을 향해 달음박질치는 날
오랜만의 발걸음이라 무척이나 헷갈리는 모양이다
이래 저래 오락가락 갈팡질팡하는 비가
어쩐지 내 걸음걸이와 닮아 있어 슬쩍 웃음이 샌다
고달픈 삶이라는 게 으레 그렇듯이
경주마처럼 달려보겠노라 마음을 먹어도
모종의 이유로 그 걸음걸이에 박차를 가하지 못할 때가 있다
가끔은 내키지도 않는데 발걸음을 재촉해야 할 때도 있고
잠수가 필요해
내가 깊이 빠져들 그런 바다가 필요해
수없이 외치고 바라고 그려보지만 바다는 생각보다 멀리 있다
몸을 담글 수 있는 건 기껏해야 강 정도일까
그래서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에는 잠수를 원 없이 한다
감정의 기복일랑은 저 멀리 두고
뽀글뽀글 숨을 내뱉으며 빗줄기 속에 숨어 잠수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