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오랜 친구에게

by 권씀

때아닌 몸살에 밤새 뒤척인 너에게
세상살이는 견디고 버텨야 하는 것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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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면 의젓해질 거란
막연한 기대감 혹은 희망을 품은 너에게
나는 그저 아무런 말 없이 토닥이는 일 외엔
해줄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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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 한술이라도 떠보라는 나에게
네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괜찮다는 의도된 거짓말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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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을 닮아가고 싶다는 너는
계절이 앓을 때면 어김없이 앓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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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몸살을 앓는 것처럼
계절도 그렇게 몸살을 앓곤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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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너에게 나는 그저 토닥일 수밖에 없었어
그 언젠가 네가 내게 해준 그 토닥임처럼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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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성장통을 앓고 있는 새싹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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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내게 해준 그 말을 난 왜 하지 못하고
가슴 속에 꾹꾹 누르고만 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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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거야
어쩌면 이런 이기적인 생각에 사로잡혀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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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오랜 친구야
너도 나도 아직 피지 않은 꽃망울이야
아직은 때가 아닐 뿐
우리가 좋아하는 계절이 다시 돌아오면
누구보다 더 활짝 피어나지 않겠니 ⠀⠀⠀⠀⠀⠀⠀⠀⠀ ⠀⠀⠀⠀⠀⠀⠀⠀⠀⠀
무척이나 더듬대며 어설프게 말을 하겠지만
지친 너에게 꼭 이 말을 해주리라 다짐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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