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잃은 게 아니라, 나를 잃었다.

집에 온건 맞으나, 잠은 자지 않았다.

by 권두팔

너에게 믿음을 잃었다기보다는,

널 다시 되돌릴 수 있을 거라는
나의 자신감을 잃었다.

나는 너를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너만큼은 외도, 배신 같은... 신뢰를 저버리리는 일을...

절대 그러지 않을 거라고,
그렇게 믿었다.

그건 어쩌면 너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 나 자신의 너에 대한 확신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녀와 같이 놀러 가고, 술만 마셨다는 이야기까지는 들었을 때도,

집에 다녀간 적이 있다고 했다고 했을 때도

나는 끝까지 너는 선을 넘지 않았을 거라고 믿었다.

같이 잠은 자지 않았다는 너의 말을,

의심하기보다는 애써 외면하며
붙잡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너는 거짓말을 못 하는 사람이라고,
내가 알고 있던 너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그렇게 믿고 싶었다.

아니,
그렇게 믿어야만 했던 걸지도.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안다.

내가 믿었던 건 너라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 놓은 너였다는 걸.

그리고 더 이상은 너를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것도.

그래서일까.


나는 이제
너보다 먼저,

나 자신을
믿을 수가 없다.


나는 나에 대한 자신감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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