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글을 쓰고 싶지 않지만
글로써 마음을 달래 보려 한다.
일기 같은 글을 쓰고 싶지 않지만
일기 같은 글로써 마음을 정리해보려 한다.
나중에 이 글을 봤을 때 그때 힘들었지만 잘 버텨냈지.
나 자신 대단해. 그때 그렇게 버틴 덕에
또 다른 나로 성장한 거겠지.라는 생각이 들 수 있게.
8년 만에 일을 다시 시작한 지 3개월 차.
돈 벌기가 뭐든 어려운 것은 당연하나
요즘은 지친 마음이 녹아내릴 듯 흘러내려서
이 내 마음을 달래주고 싶다.
퇴근길 하늘 위로 길게 하얀 길을 만든 비행기의 자유로운 비행에 나도 훨훨 따라가고 싶다는, 어디론가 조용한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그런 생각.
워킹맘이 힘든 건 알았지만 그래도 육아만 하는 일상도 만만치 않게 힘든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막상 해보니
나는 워킹맘이 더 힘이 든 것 같다.
아침 제일 일찍 어린이집 가는 둘째.
하원도 제일 늦는데 요즘 너무 힘들었는지 어느 순간 어린이집을 가기 싫어한다.
여름날, 아이를 데리러 갔는데
혼자 남아있던 아이의 팔이 너무 차가워져 있었다.
에어컨 바람 때문인 것 같은데
차마 에어컨 좀 약하게 해달라고 말은 못 하고 아이에게 혹시나 추우면 춥다고 이야기하라고 가르쳐본다.
어느 주말, "오늘 어린이집 가는 날이야?"라고 물어서
"아니, 오늘은 주말이라 안 가는 날이야. 집에서 놀자." 했더니 "와 신난다! 나 집에서 쉬고 싶었는데!" 하는 둘째.
그리고 키즈노트에 올라오는 사진들에서
너무 피곤해 보이는 둘째.
막상 어린이집에서는 씩씩하게 투덜거리지도 않고
잘 있는다는데 그 모습이 짠해진다.
첫째는 그래도 나름 재미있게 잘 보내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엄마가 회사 안 가면 좋겠다는 말에 마음이 울컥하기도 한다.
그리고 일 시작하자마자 시작된 주말 병원행...
피곤해서 면역력이 떨어진 건지 아이들은 7월부터 감기에 걸리고 또 걸리고 주말마다 소아과 오픈런을 하느라
제대로 놀고 쉬지도 못했다.
내내 항생제를 달고 살았던 서글픈 2023년의 여름.
이렇게 적응기를 거쳐야 하는 건가.
원래 이런 건가. 참 세상 쉬운 게 없다.
덩달아 남편도 바쁜 일 투성이라 얼굴 보기 힘들고,
태풍이 와도,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아이들이 감기바이러스를 뿜어내고 있어도
딸 힘들까 봐 도와주러 와주시는 친정엄마.
집에 와서 보니 분리수거통까지 비워져 있을 때는
마음이 따뜻하다 못해 뜨거워진다.
나중에 나도 엄마처럼 우리 딸들 힘들 때 도와주겠지.
아닌가, 결혼은 꼭 해야 한다 주의였던 나도,
요즘에는 나중에 아이가 혼자 살고 싶다고 하면
그 의견을 존중해 줄 것 같다.
비록 나 자신은 너무 사랑스러운 내 자식 덕분에 이렇게 살아가고 있지만.
일은 또 왜 맨날 제대로 해결되는 게 없는지.
월요일부터 심장이 쿵 내려앉는 듯한 메일에, 이것저것 발생하는 문제들.
경단녀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잘 해내고 싶었는데, 뽑아주신 팀장님께 너무 감사한 마음에 웃음이 절로 났었는데 어느 순간 마음이 텅 빈 것처럼 영혼 없어졌다. 요즘에는 첫째 하교 후 첫째 아이 친구 엄마들과 수다 떨던 그 시간이 너무나 그리울 뿐.
그렇게 하이에나처럼 일을 찾아 헤맸는데 다른 길을 찾았어야 하나, 잘못된 선택이었나 여러 가지 생각이 많다.
그래도 이대로 물러날 수 없기에.
이제 적응한 첫째 학원비도 내야 되는데 그만둘 수는 없다. 여기서 그만두면 지는 거다.
용기 내서 시작한 도전이 허무해지지 않게
힘을 내서 한번 나아가보자.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또 다른 즐거움이 있겠지.
그래도 이 순간 웃음을 주는 건
끊임없이 사랑고백을 하고
엄마를 찾고 안아주는 딸들이다.
고맙고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