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를 개설하고 6년이 지났다.
솔직히 그냥 평범한 사람의 신변잡기를 누군가 읽어주리라는 생각도 없었고 그저 나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정도의 활동을 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구독자가 조금씩 늘어 200명이 되었다. 오랜만에 브런치에 들어와 과거에 내가 썼던 글들을 보니 조금 놀라웠다.
당시의 나의 감정이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시간이 지나서 희석되고 망각된 많은 것들이 마치 그날처럼 생생하게 다시 전달되는 것이다. 나의 삶에 대한 반성, 분노, 실망, 기쁨, 희망, 기대 다양한 나의 감정들이 하나하나 살아나 손끝에 저릿했다.
아주 어렸을 때 글짓기를 자주 했었는데 아무 말이나 아무렇게 써놓아도 이상하게 칭찬을 받았다. 공들여 쓰기보다는 그냥 내 머릿속에 휘몰아치는 많은 것들을 정돈 없이 마구 써놓으면 그중에서 몇몇의 문구가 남달라 보였던 것 같다.
심지어 읽지도 않은 책의 독후감을 써서 교내대회 우수상을 수상한 적도 있다. 그것을 계기로 교내 출간지에 글을 싣기도 했다. 국어선생님은 작가가 될 수도 있겠다고 칭찬하며 글쓰기에 재능이 있다고 했다. 읽고 쓰는 일은 애써서 배우지 않아도 그냥 자연스럽게 되는 일이었다. 그래서 막연히 작가나 국어선생님이 되기를 희망했는데 아직은 그렇게 되지 못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글을 읽고 쓰는 건 나에게 어려웠던 적이 없다. 그냥 늘 가볍게 생각했다. 그냥 숨 쉬는 정도의 가벼움이었다.
문헌정보학과에 가고 국어국문학과를 복수 전공하면서 읽고 쓰는 게 조금은 어려워졌다. 그저 읽고 그저 쓰는 것에서, 읽고 쓰는 행위에 의미를 담기 시작하자 어려워졌다. 그리고 재미가 없어졌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읽는 일, 쓰는 일은 그럴듯해 보이려고 맞지 않은 옷을 입어 뚝딱거리는 사람처럼 어색하고 불편했다. 그리고 한참을 읽고 쓰는 일을 멈췄다.
그리고 공부로 읽고 쓰던 시간이 지나고 자연스럽게 그 어려움이 사그라들었을 때쯤 브런치를 개설했다. 그리고 또 쉽게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내 글을 기획도 계획도 없다. 쓰다 보면 주제가 바뀌기도 하고 쓰다 보면 왜 쓰기 시작했더라 잊고 글을 마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길을 잃은 글을 보고서도 응원해 주고 위로를 받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그저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다.
사서를 하면서 읽는 일은 일로 하기도 한다. 솔직히 말하면 해야만 하는 일이라 일로 읽을 때가 많다. 하지만 쓰는 일은 최소한 업무용 보고서를 제외하고는 특히나 이 브런치에서는 그저 쓴다. 그저 쓰고 싶은 것을 쓰고 싶을 때 쓴다. 때로는 감정의 배설을 위해 쓰기도 하고, 때로는 나조차 잊을 무언가를 남기기 위해서 쓴다. 무언가 머리에 맴돌기 시작하면 브런치를 열고 그런 글들을 남긴다. 나이가 들어 감정들이 옅어지고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줄어들어가면서 그렇게 팔딱거리던 감정들이 고스란히 남은 나의 글이 저장된 이곳이 문득 소중하게 다가왔다.
언젠가 내가 갑자기 세상에서 사라지게 된다면 모든 것이 다 사라지고 난 후에 나라는 존재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것은 사진도 아니고 영상도 아니고 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나는 그냥 이렇게 계속해서 그저 쓰는 일을 계속해보려고 한다.
나의 모든 것을 담아서
나의 어떤 것도 걸치지 않은 날 것을
그저 쓰려고 한다.
**브런치에서 어느 날 알람이 와서 멤버십작가라는 것을 등록했는데 무언가 부분공개의 느낌으로 활용하려고 한다. 나 외의 타인을 담을 때나 너무 개인적인 글은 멤버십글로 남기려고 한다. 그것 외에는 전체공개를 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