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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사서 Sep 23. 2021

육아공약_엄마의 꿈은 엄마의 꿈이고

20주에 접어들자 몸도 가벼워지고 입덧도 수월해져서 오랜만에 남편과 외식을 했다. 우리 옆자리에 4인 가족이 앉았는데 계속 그 가족의 엄마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엄마는 어렸을 때 학원 못 간 게 한이 됐어. 그래서 내 자식만큼은 학원 마음껏 보내주리라 생각했었지."

"너는 외고를 가는 게 목표야. 엄마가 뒷받침해주는 만큼 열심히 해서 외고를 꼭 가도록 해."

"엄마는 공부만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엄마 아빠가 열심히 뒷받침해줄 테니까. 공부만 열심히 해."


살짝 취기가 어린 엄마의 말을 두 아들들은 듣는 둥 마는 둥했다. 가끔은 아이들이 반론을 제기해보려고 해도 그 끝은 엄마는 못한 것 너희들은 마음껏 시켜줄 테니 약한 소리 하지 말고 엄마가 열어주는 길을 가라는 것이었다.


조용히 배를 감싸며 아기에게 속삭였다.

"엄마의 꿈은 엄마의 꿈이고, 너는 너의 꿈을 이루었으면 좋겠어."




엄마가 너에게 지금 바라는 것은 건강하게 태어나는 것뿐이지만 언젠가 엄마도 너에게 바라는 것이 생기고 엄마의 꿈을 너에게서 이루려는 욕심이 생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 엄마는 사실 자라면서 한이 된 것도 없고, 못 다 이룬 꿈도 없어. 학교를 다니는 동안 그리고 회사를 다니면서 하고 싶은 것은 마음껏 할 수 있었고 못하는 것에 한이 생기기보단 그냥 할 수 있는 다른 것을 찾았고 그 결과는 대부분 만족스러웠거든. 아쉬운 것이 없을 수는 없겠지. 엄마는 지금도 대학원을 갔으면 좋겠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조금 더 잘해서 중간 관리자나 더 나아가 관리자가 되는 게 꿈이기도 하거든. 또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엄마는 아직 엄마의 꿈을 꾸고 있어. 그리고 네가 엄마에게 오고 난 뒤에는 너에게 좋은 친구 같은 엄마가 되어주고 싶다는 꿈도 생겼지. 


엄마는 엄마의 꿈을 이룰게. 너의 곁에서.
너는 너의 꿈을 꾸고 이루어 나갔으면 좋겠어.


네가 자라는 동안 네가 좋아하는 것, 하고 싶어 하는 것, 잘하는 것 지켜봐 주고 싶어. 너의 곁에서 늘 있어주고 싶지만 엄마가 늘 항상 곁에 있어줄 수는 없을 거야. 그래도 늘 너의 꿈을 물어봐주고 이룰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주는 엄마가 될게. 네가 어떤 꿈을 꾸든 말이야. 네가 어떤 꿈이든 엄마에게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늘 잘 들어주고 응원해주는 엄마가 될게. 


엄마는 어렸을 때 엄마가 노력하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게 대통령이든 연예인이든 선생님이든 교수든 상관없이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면 다 된다고 믿었어. 그런데 엄마도 어른이 되면서 점점 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또 정말 하고 싶은 일인가 생각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꿈이 없어지고 작아지기도 하더라. 그런데 엄마는 지금 엄마의 모습이 스스로 자랑스러워. 그리고 지금은 엄마는 엄마가 노력하면 무엇이든지 될 수 있다고 믿어.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되고 싶기도 하고 그게 직업적이거나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야. 내가 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면 될 수 있다고 믿어. 


엄마가 너에게 바라는 것은 그것 하나야. 노력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생각. 너 자신을 믿고 응원하는 법을 스스로 알고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그거 하나면 네가 꿈을 꾸고 꿈을 이루고 언젠가 되돌아봤을 때 걸어온 길을 다시 보게 돼도 스스로 자랑스러운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엄마는 그 방법을 알려주고 그 방법을 잊지 않도록 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 네 안에 너를 충만하게 채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엄마로 곁에 있고 싶어. 


언제까지나 엄마는 엄마의 꿈을 꾸고, 너는 너의 꿈을 꾸는 그런 사이가 되면 좋겠어. 
그러기 위해서 엄마는 네 안에 네가 가득 차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을 늘 생각할게.
같이 서로의 꿈을 응원해주는 사이가 되자. 엄마가 그러도록 최선을 다해서 노력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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