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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동규 Aug 04. 2023

할 수 있는 것

저와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은 의아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기독교인이고 기도를 합니다.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종종 “할 수 있는 게 기도 밖에 없다,“는 말을 듣기도 하는데요. 저는 이 표현을 긍정하기 어렵습니다.

첫째, 그렇게 말하는 순간에도 사실은 기도 외에 할 수 있는 일이나 해야 할 일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둘째 이유를 말하기에 앞서서 이 표현이 인간의 한계, 사람의 작음, 연약함을 인정하는 고백일 수 있음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독교인에게 기도는 말씀과 더불어 최고의 것이자 최선의 것입니다. 이는 중요한 사실이고, 그래서 자신을 위하여서든 다른 사람을 위하여서든 또 어떤 상황에서든 기도할 때에 할 수 있는 게 기도 밖에 없다고 말하는 건 제게 조금 어색하게 들립니다.


우리는 보통 최선의 것, 최고의 것을 마지막까지 남겨두지 않으며 때로 그렇다 할지라도 ‘이제 난 최선의 것, 최고의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남 앞에 자랑하지는 않습니다. 동시에 그건 겸손한 고백이 되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네, 그렇더라도 정말 기도 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런 상황이 있고, 저도 마찬가지거든요. 다만, 저는 대체로 다음과 같이 말할 뿐입니다.


“나는 기도할 수 있다. 저는 기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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