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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윤이 아빠 Oct 15. 2019

아빠의 육아휴직 #계획서를 쓰자

1년은 생각보다 짧은 기간이므로.

ㅋㅋㅋ 옆에 내용은 너무 부실해서..


육아휴직을 내고 처음에 생각한 건 1년이란 시간 동안 뭘 할까 하는 거였다. 생각해보면 작년 11월에 2019년 사업 계획을 쓰면서 눈떠보니 상반기 결산을 하고 있었고, 또 눈떠보니 이제 연말을 대비해 매출 계획을 다시 짜고 있었던 것이 생각났다. 아마 내 육아휴직도 비슷할 거라 생각했다. 


1년이란 세월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이어서 그 기간 동안 뭘 할지 생각해두지 않으면 허송세월을 보낼 것만 같았다. 그래서 가정 , 나와 와이프 , 아기 세 꼭지를 잡아 각 연간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에 따라 움직이기로 했다. 




1. 가정 


가정에 대한 목표가 뭐가 있었을까. 나는 재무 안정화와 집안일에 대한 가이드를 잡는 것을 목표로 했다. 재무 안정화는 내 급여가 100만 원 수준으로 떨어지는데, 이번 기회에 급여가 100만 원이라는 기준을 잡고 재무 안정화를 시켜놓으면 급여가 정상화되었을 때 나머지 액수를 저축에 할애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100만 원에 맞춰 생활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고정비를 낮추고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두 번째는 집안일인데, 나는 개인적으로 집안일을 무척 좋아하는 편이라 집안일에 한 번 꽂히면 하루 종일 집안일만 하곤 했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시간을 잡아먹고 좀 더 효율적인 일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생겨서 이번 기회에 집에 종일 육아를 하면서 집안일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가이드를 잡기로 했다. 


- 재무 안정화 


당연히 재무 안정화의 첫 번째는 고정비를 최대한으로 낮추는 것이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생각한 건 외식비를 낮추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아이에게 들어가는 사교육을 줄이고 육아 비율을 높이는 것이었다. 마지막 세 번째는 나와 와이프 모두 용돈 생활을 하면서 각자의 재무는 각자의 롤에 맡기는 것이었다. 


첫째, 외식비를 낮추기 위해서 나는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학원은 아니고 책을 사서 기본적인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나는 원래 계란 프라이와 라면밖에 하지 못했지만 최근에 도라지 무침, 시금치, 오징어 진미채 등 간단하게 할 수 있는 것들은 직접 해보고 저녁은 되도록이면 생선과 육류를 번갈아 하며 만들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가족들 찬스를 쓰곤 했다. 


둘째, 사교육은 유치원에서 복귀하는 시간을 2시 반으로 줄이고 특별활동 시간에 내가 데리고 나가 외출을 하는 것으로 잡았다. 어린이대공원, 무료 박물관, 서울 시내 투어 등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정렬하고 그것들을 버킷리스트처럼 관리하면서 아이와 외출을 하고 그 외에는 자전거나 같이 운동을 하면서 아이 근력도 키우고 내 목표 중에 하나인 다이어트를 병행하는 것으로 했다. 


셋째, 용돈 생활은 각자 30만 원을 가지고 한 달을 살기로 했다. 부득이한 경우에 대한 기준을 세우고 각자 체크카드를 만들어서 저 용돈으로 생활하는 것으로 갈음했다. 아직 저 '부득이한 경우에 대한 기준'이 좀 모호한 구석이 있는데 아이와의 생활로 들어가는 비용 (키즈카페 입장 비용 등) 및 간식 등에 대한 기준은 계속 업데이트하려고 한다. 사실 이게 가장 힘든 것 같다. 


- 집안일 가이드 


집안일은 나에게 너무 즐거운 일이다. 청소를 하면서 먼지가 사라지는 건 너무 멋져브러... ㅎ 그런데 이것도 과하면 딴 일은 아예 못하게 되는 것 같아 일단 최대한 먼지가 쌓이지 않는 집안 구조 (잡동사니 처분, 가구 배치 변경 등)를 만들고 집안일을 되도록 하지 않거나, 간략하게 하는 것으로 목표를 잡았다. 


또, 아이 칭찬 스티커에 정리 항목을 두고, 아이에게도 정리를 하게 해서 함께 할 수 있도록 했다. 


2. 나와 와이프 


나와 와이프는 개인에 대한 일들이다. 나는 1년 간 내가 할 자기 계발과 개인 목표를 잡았고 와이프는 딴 거 없이 졸업(혹은 수료)과 강의 경력 채우기가 목표였다. 


나는 크게 다이어트 (-5kg 감량)와 유튜브 진행해보기, 자격증 따기를 목표로 잡았다. 3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배가 너무 나오기 시작해 뱃살을 좀 뺄 필요를 항상 느끼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아이 근력도 키울 겸 나도 같이 운동을 좀 하려고 했다. 그래서 일단 줄넘기를 시작했다. 아파트 앞 광장에서 아이는 자전거를 태우고 나는 줄넘기를 하고 있다. 하루 1,000개 그리고 집에서 간단하게 스트레칭 


유튜브는 일단.. 콘텐츠는 비밀..ㅎㅎ 마이크부터 장만했다. 자격증은 통계 관련 자격증을 준비해보려고 한다. 평소에 R와 파이썬을 근근이 배웠는데 이번 기회에 크롤러 정도는 만들어 보려고 한다. 와이프는 그저 수료와 지금 하고 있는 강의를 계속해서 강의 경력을 체우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3. 아이 


아이에 대한 목표는 일부로 크게 잡진 않았다. 뭐 딱히 이 시점에 애를 굴릴 것도 아니니까. 그래서 생활리듬 및 배변 안정화 (우리 아이는 변비가 좀 있는 편이다..)와 근력 향상 정도로만 잡았다. 


생활리듬은 가끔 와이프가 아프거나 늦잠을 자면 유치원에 늦는 경우가 왕왕 있었고 복귀 시간도 와이프 컨디션에 따라 달라지곤 했는데 이제 그런 거 없다. 열이 39도 이상 올라가거나 어디가 크게 다치지 않는 이상 9시 등원, 2시 반 하원 (11월부터는 4시 하원으로 다시 고정)을 무조건 지키고 8시 아침, 유치원에서 점심, 4시에 운동하기, 6시 저녁 먹기, 8시에 배변하기, 9시에 티브이 무조건 끄기 정도로만 잡았다. 


그리고 칭찬스티커, 장난감 구매 등에 대해 엄격하게 가이드를 두고 그 가이드에 따라서 붙이되, 다 붙이면 그때마다 후하게 대가를 제공하는 것으로 목표를 잡았다. 너무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사다 보니 이제는 병원에 가거나 마트만 가면 당연히 사게 되는 것으로 인지하는 부작용이 생기기 시작했었다. 


그리고 근력 향상은 그냥 내가 운동할 때 옆에서 자전거나 인라인을 태우면서 시간을 때우면 알아서 뭔가 하는 것 같아 그렇게 두기로 했다. 




뭔가 되게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 별거 없다. 그냥 평소에 항상 하던 것들인데 1년간 육아휴직을 하면서 내가 게을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서면으로 써놓고 관리하는 것뿐. 사실 가장 무서운 건 1년 뒤에 게을러져 버린 내 모습이다. 사람이 스스로 제어하는 게 가장 어려운 것 같은데 이번 기회에 한 번 나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관리를 좀 더 해야 될 것 같다. 


사실 가장 큰 목표가 저거다. '게을러지지 말자' 


여의도 공원 산책하다 캐리 키즈카페 가기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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