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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권 Jan 08. 2019

영화, 요짐보 (1961)

핫한 아시안남자를 본 적이 없다면 이 영화

영화상의 1초는 24프레임으로 이루어져 있다.

2시간짜리 영화라고 하면 영화는 총 172,800장의 연속된 그림의 움직임이다.

수많은 영화들을 봐왔지만 그 172,800의 각각의 프레임이 작품처럼 느껴지는 영화는 요짐보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감독들이 이미 있었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기타노 다케시.

영화 촬영이란 간단히 말하면, 배우가 카메라 앞에 서고 그들이 시나리오, 감독의 비전에 맞춰 계획대로 움직이면 우린 그걸 촬영을 하면 된다.

이미 잡아 놓은 예쁜 구도는 배우들이 샷 안에서 움직이면서 금방 흐트러지게 마련이다.

카메라에서 멀어지거나 가까워지면 포커스 FOCUS도 맞춰줘야 하고 움직이는 속도에 따라 틸트 TILT든 팬 PAN 이든 달리 DALLY 든 속도를 따라가야 하며 피사체의 위치에 따라 조명도 바꿔져야 되고...야 씨발 움직이지 마, 벌써 머리가 아프다.

하지만 이 영화조상님, 아키라 쿠로사와는 배우들의 움직임에 따라 카메라를 움직이든 인물의 동선을 세밀하게 계산해서 배우들이 그대로 따라하게 하여 컷 단위로 잘리는 샷 안의 그 한 프레임 한 프레임을 예술 작품으로 만들었다.

이러니 그 수많은 영화감독들이 아키라 쿠로사와의 영화들을 지금까지도 바이블로 모시며 공부를 할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한거냐, 아키라.

스고이. 

영화가 그저 그림들의 연속이기만 했으면 지금쯤 난 홍대에서 이랏샤이 머리띠를 하고 대왕 오징어를 튀겨 팔면서 돈을 엄청 벌고 있었겠지.

하지만 불행히도 영화는 그 이상의 더 많은 것들이 들어간, 복잡하고 오묘하며 흥미롭고 기가 막힌 것이다.

좋은 영화라는 왕관을 쓰기 위해선 여러 가지 요소들을 세련되게 갖추고 있어야 한다.

단단한 연기, 적합한 음악, 잘 짜여진 미장센, 영리한 편집, 그리고 감독의 손맛.

Yojimbo는 위의 모든 요소들을 높은 스케일로 다 가지고 있는 몇 안되는 영화이다. 

영화의 시작은 한 사내(도시로 미후네)가 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시골길을 걸어가는 트레킹샷으로 시작한다.

갈곳을 정해놓지 않고 그저 자신의 검을 사용하여 사람을 죽이는 일거리가 있는 곳을 찾아 방랑하는 요짐보(뜻:보디가드).

앙증맞은 음악과 함께 나뭇가지가 던져지고 떨어지면서 그 것이 가르키는 방향으로 요짐보는 걸어간다.

자 거기서부터 영화 엔딩 크레딧롤까지 PAUSE 버튼에 손가락을 올리고 원할 때마다 누르면서 영화를 멈추고 아키라가 선사하는 미장센을 봐라.

구도가 완벽한 각각 프레임들이 “NEXT!" 이러면서 널 놀릴거다. 

그리고 도시로 미후네. Toshiro Mifune.

이 사내 야 말로 동양 남자가 보여 줄 수 있는 강인하면서 무뚝뚝한 매력을 1961년 이전에 이미 다 보여준 오또코로써 1948년 데뷔작, Drunken Angel (주정뱅이 천사)부터 1965년 마지막 작품 Red Beard (붉은 수염) 까지 아키라 구로사와의 거의 대부분의 영화에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배우가 정말 연기를 잘한다는 건, 그 배우의 이름, 도시로 미후네가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극중의 요짐보로써 그 배역에 다른 배우가 상상이 되지 않는, 정말로 1860년, 에도막부의 종말의 혼돈시대에 오로지 사무라이의 기개와 칼만이 재산인 들개같은 사내를 보여주는 것이다.

수많은 배우들이 이정도의 경지를 보여주는 것도 굉장히 어려운 것이고 이것을 할 수 있는 배우는 전 세계 몇이 안된다.

근데 이 배우, 도시로 미후네가 반세기 전 영화사에 남긴 퍼포먼스는 정말로 이상했다.

요짐보로 극중 역할을 완벽히 해내는 것을 넘어 미후네만의 특별 소스들을 영화안에 뿌려넣은 것이다.

영화가 감독의 예술인 것을 생각했을 때, 특히 영화조상님인 쿠로사와처럼 원하는 것이 확실하고 모든 것이 감독 머리 안에 밀도있게 계획된 영화 안에서 미후네가 한 짓은 말하자면

쿠로사와가 상공 31KM에서 슈우웅 떨어지다가 정확히 4.5KM 지점에서 쿠로사와만의 쇼가 2초 동안 펼쳐진다.

그 순간, 미후네가 다른 비행기에서부터 날아 그 지점을 정확히 찾아 들어가서는 그 2초 쇼에 자신만의 예술을 쿠로사와의 예술에 더하고는 떨어져 버린거다.

쿠로사와는 “이런 빠가야로, 뭘 한거냐” 역정을 내지만

나중에 편집실에서 영화를 잘라 붙여보니 과연 미후네가 그렇게 해줘 버려서 영화가 더 빛이 난다는 사실에 허허허 미묘한 미소를 짓고 있었을 것이다.

실제 쿠로사와와 미후네의 콜라보가 끝나갈 때즘인 60년대, 도쿄 긴자 길거리에서 미후네가

“아키라 이 개새끼, 죽여버릴거야!”

라고 술이 취해서 소리를 질렀다는 이야기는 의심할 여지없이 정말로 사실일거다.

이 감독으로 말할 것 같으면 원하는 그림을 얻기 위해선 정말 무엇이든 하는 스타일에 무언가 맘에 들지 않으면 나올 때까지 현장의 모든 사람들을 노예처럼 부려먹었을 것이니까,

존경한다. 아키라

스바라시. 

이 양반의 영화들을 보고 있으면 영화 안 이야기를 설명하지 말고 보여주라는 레슨을 확실히 배우게 된다.

동네 개가 잘려진 사람 손을 물고 총총총 뛰어가는 단 하나의 샷으로 이 동네가 얼마나 갈때까지 간 막장 타운인가를 단박에 보여주고 이어지는, 대결구도의 두 집단의 사이에서 요짐보의 ‘나 이런 놈이야’를 보여주는 칼부림 장면, 

양아치: 야 나 이 문신 감방에서 한거야

요짐보: 멍청이들한텐 약도 소용없다니까

양아치: 뭐야 이 새끼야 너 한번 혼나봐야 정신차리지?

요짐보: 조금 아플거야 

그러고는 요짐보는 순식간에 원!, 투! 양아치들을 베어버리고 쓰리! 양아치 팔을 싹 잘라버린다.

칼이 쥐어진 양아치 팔뚝이 땅에 떨어지는 클로즈업 샷

WAIT, <음악 기다려>

요짐보, 바로 칼을 칼집에 거두면서 등을 확 돌리고 걸어가는 풀샷,

WAIT, <음악 기다려>

놀란 사람들 리액션 미디엄 샷,

WAIT, <음악 기다려>

요짐보, 걸어가다 장의사에게 말한다.

그 유명한 대사.

“어이, 관 2개, 아니 3개.”

MUSIC!, 음악 지금이야, 빠방! 

이렇게 샷에 음악을 어떤 지점에 넣느냐를 가지고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호흡 놀이를 하는 천재연출은 마치 활사위를 부러지지 않을 정도까지 끝까지 당겼다가 최적의 순간에 손가락을 가볍게 놓아버리고 활이 최고속도로 날아가 과녁에 정확히 꽂히는 것을 보는 것 같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

이 “활사위” 연출은 또 쿠엔틴 오빠의 특기, 그의 영화 때 다시 얘기하자.

나는 벌써 영화 초반부터 감탄을 했는데 이 영화 쉬지 않고 더 높은 곳을 향해 계속 달린다. 

마지막 결투씬.

총과 칼,

뱀과 들개의 대결.

뱀은 흰옷을 들개는 검은 옷을 입었다.

당연히 들개, 요짐보의 승리.

악당이 엎드린 채로 죽어가고 이것을 요짐보가 내려보고 있는 샷.

대낮에 촬영된, 화면 상단 우측부터 하단 좌측까지 대각선으로 그늘이 져있고 그 흑과 백의 화면 구도에 감독은 흑과 백의 두 인물을 그 경계선을 기준으로 흑은 백의 배경에, 백은 흑의 배경에 넣어 완벽하게 배치함으로써 흑백필름의 정수를 보여준다. 

내가 제일 싫어 하는 질문은?

“네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가 뭐야?”

영화마다 다 매력이 다르게 좋은데 어쩌라는 거냐.

그래도 물어보는 얼간이들이 꼭 있다.

“요짐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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