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고 Dec 19. 2018

등 뒤를 돌아보자

박노해

등 뒤를 돌아보자 / 박노해

12월에는 등 뒤를 돌아보자
앞만 바라보고 달려온 동안
등 뒤의 슬픔에 등 뒤의 사랑에
무심했던 시간들을 돌아보자

눈 내리는 12월의 겨울나무는
벌거벗은 힘으로 깊은 숨을 쉬며
숨 가쁘게 달려온 해와 달의 시간을
고개숙여 묵묵히 돌아보고 있다

우리가 여기까지 달려온 것은
두고 온 것들을 돌아보기 위한 것
내 그립고 눈물나고 사랑스런 것들은
다 등 뒤에 서성이고 있으니

그것들이 내 몸을 밀어주며
등불같은 첫마음으로
다시 나아가게 하는 힘이니
12월에는 등 뒤를 돌아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겨울숲은 따듯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