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원
우체국에서 부르는 사랑노래 by 김용원
창밖에는 눈이 내리는데
사람들은 포장 테이프를 찢고 붙이며
어디론가 보낼 선물들을 포장한다
보고 싶고 주고 싶은 마음에
서대문 언덕배기 우체국에서
사랑의 마음을 터뜨린다
주고 보내는 것은 너를 살리고
나를 살린다고 굳게 믿는다
친구야, 동생아, 형님아, 그리고 어머님
그리운 이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질기고 모진 이 세상에서
서로 부둥켜 안고 함께 가야지
눈밭을 달려 이곳 우체국에 와서
그들의 주소와 이름을 적으면서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된다
때로는 힘들고 처지가 어렵더라도
쓰러지지 않고 살아남아서
지금 서 있는 그 자리를 지켜다오
이 악한 세대에 지지 않고 살아서
아름다운 우리들의 생을 노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