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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호명

허은실

by 낭고

[0805] #066 저녁의 호명 - 허은실

제 식구를 부르는 새들
부리가 숲을 들어올린다

저녁빛 속을 떠도는 허밍
다녀왔니
뒷목에 와 닿는 숨결
돌아보면
다시 너는 없고
주저앉아 뼈를 추리는 사람처럼
나는 획을 모은다

어디로 가는가 무엇이 되는가
속으로만 부르는 것들은

네 이름이 심장을 죄어온다

소풍이라 말하려 했는데
슬픔이 와 있다

도요라든가 저어라든가
새들도 떠난 물가에서
나는 부른다
검은 물 어둠에다 대고
이름을 부른다

돌멩이처럼 날아오는
내 이름을 내가 맞고서
엎드려 간다 가마
묻는다
묻지 못한다

쭈그리고 앉아
마른 세수를 하는 사람아
지난 계절 조그맣게 울던
풀벌레들은 어디로 갔는가
거미줄에 빛나던 물방울들
물방울에 맺혔던 얼굴들은

바다는 다시 저물어
저녁에는
이름을 부른다

#1일1시 #100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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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없이 넉빠진채 하루를 보내고

제 식구들 모여 종알거리던 그때가 아닌

저녁의

외로움은

더 슬프다.


제 식구를 위해 밥짓고 바깥일에 발 동동이는 나는

긴 휴식을 원하지만

결국 외로움보다 즐거움이였다.


오래전의 혼자였던 나만을 즐기던 그 시절은

이미 지나갔으니..

훗날 종알 거리는 제 식구가 다들 자기 삶으로

떠날땐 저녁의 호명이 느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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