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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서른이 되면

나희덕

by 낭고

[0810] #071 나 서른이 되면 by 나희덕

어둠과 취기에 감았던 눈을
밝아오는 빛 속에 떠야 한다는 것이,
그 눈으로
삶의 새로운 얼굴로 바라본다는 것이,
그 입술로
눈물 젖은 희망을 말해야 한다는 것이
나는 두렵다.
어제 너를 내리쳤던 그 손으로
오늘 네 뺨을 어루만지러 달려가야 한다는 것이,
결국 치욕과 사랑은 하나라는 걸
인정해야 하는 것이 두렵기만 하다.
가을비에 낙엽은 길을 재촉해 떠나가지만
그 둔덕, 낙엽 사이로
쑥풀이 한갓 희망처럼 물오르고 있는 걸
하나의 가슴으로
맞고 보내는 아침이 이렇게 눈물겨웁다.
잘 길들여진 발과
어디로 떠나갈지 모르는 발을 함께 달고서
그렇게라도 걷고 걸어서
나 서른이 되면
그것들의 하나됨을 이해하게 될까.
두려움에 대하여 통증에 대하여
그러나 사랑에 대하여
무어라 한마디 말할 수 있게 될까.
생존을 위해 주검을 끌고가는 개미들처럼
그 주검으로도
어린것들의 살이 오른다는 걸
나 감사하게 될까, 서른이 되면.

#1일1시 #100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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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이 되면..

그런 기대감도 있었지..

어른이 된다는게 나이가 먹을수록 더더 느려지는거 같다..

서른이 한참을 지나고도 생각해보면,

고통도 두려움도 사랑도 방황하는 시간이 조금 느슨해질뿐.. 사라지거나 담대해지지는 않는다.

대신 생각이 많아지고,

나름 이유없는 배짱과 여유가 생긴다.

그냥 서른은 숫자일 뿐인것을..

이미 지난날이지만 나 또한 서른을 향할때 했던 그 때만의 젊은날의 고민 흔적들을 잠시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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