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시는 수시, 정시로 나뉘어지게 된다.
수시같은 경우에는 학생부 성적 + 논술 + 면접, 정시는 수능점수 + 논술 + 면접으로 들어온다
이렇게 잘 대학 입시에 대해서 연기를 잘한 아이들이 합격자가 되었다.
그러나 졸업은 좀 다르다.
다른학교에서는 토익 혹은 한국사능력시험 같은 자격증 시험 아니면 논문을 제출해야한다.
그런데 내가 다닌 대학은 '미션스쿨'이었고 졸업요건은 그냥 예배 출석체크.
그래서인지 학교에서 토익 관련 출판사 직원들이 와서 홍보하면 오히려 환영은 커녕 마치 지하철에 있는 잡상인 대하듯 외면했다.
"요술장갑입니다~ 이 장갑만 끼면 먼지가 싹 사라..."
그 목소리가 끝나기도 전.. '캠퍼스 수사대'가 출동해서 철수시켰다.
그렇게 나는, ‘스펙’이라는 단어를 졸업이후로 뒷늦게 알게되었다.
청년들이 준비하는 스펙 리스트를 보면 다음과 같다.
토익은 기본. 그밖에 컴퓨터활용능력, JPT, JLPT, HSK 같은 제2외국어시험, 심지어 구글 애널리틱스, 코딩 자격증 등 정말 내가 모르는 자격증의 세계가 있는것들이 많이 있다.
그래서 인지 자격증판 RPG게임이잖아..
이력서에 자격증을 따고, 또 또 붙이고..
HP + 10, MP + 15, 취업력 +1
그리고 파티원을 구한다.
"야 너 컴활 따면 나도 딴다~ 같이 학원 가자!"
『컴퓨터활용능력 1급 필기 원정대 1/N 』
여기엔 마법도 전투도 없다.
그저 복붙.
Copy - Paste - ∞ (무한반복)
똑같은 이력서, 자기소개서, 표정, 말투도
심지어 꿈까지도 Copy & Paste
면접관은 자격증을 보며 말한다.
"아, 자격증이 있으시네요"
그게 끝.
정말 끝. "대단하시다", "어떻게 자격증 취득하는데 힘드셨어요?"도 아닌
"자격증이 있으시네요."
이건 내가 면접관이라도 할 수 있는말이다.
그 한 줄을 위해 몇 달을 쏟아 사람들에게 돌아오는건, 카운터 소리.
자격증은 더 이상 열정의 결과물도 아닌
그저 공허한 체크리스트.
한마디로 평가표에 들어갈 항목이다.
보람보다 형식, 의미보다 도장.
우리는 그렇게
폰트도 똑같이, 포맷도 똑같이
웃는 표정 마저도 Ctrl + C 된 인간이다.
난 이걸 '쌍둥이 게임' 이라고 부른다.
나도, 너도, 옆자리 지원자도, 면접보는 사람도
컴활 1급, 토익 850점, 인턴 경험 다수, 팀플에서 리더, 영어 & 일본어 가능
우리는 서로를 따라 찍은 쌍둥이 같은 이력서
이 사회는 그것을 "노력의 결과"라고 정의한다.
정말 그럴까?
이건 노력이 아니라 강박 게임 혹은 의지라기 보다는 압박감에 가까운게 아닌가 싶다.
또한.. 이 스펙 세계를 보며
우리나라를 넘어, 전세계가 좋아하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생각났다.
탈락하면 무조건 핑크병정들이 총으로 죽이는것처럼
회사도 우리를 탈락시키면 총 대신에 압박으로 죽이는 행위들을 한다.
자격증은 일종의 면죄부
이걸 따면 456번처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믿음.
하지만 살아남는 건 극 소수
나머지는 똑같이 스펙들을 달고도, 탈락하는것이 대부분.
이 괴물 같은 게임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주 '나'를 잊어버렸을까?
얼마나 자주
내 이름 대신, 자격증 취득했어요 라고 적었을까?
누군가는 스펙이 성장의 발판 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정체된 트랙 위에서 계속 달리게 만드는 러닝머신
난 그위에서
스스로를 잊어버리고 쌍둥이처럼 똑같이 행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