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 그리고 책
안녕하세요. 권필입니다.
오늘은 연재 중인 <글쓰기와 언제까지 썸만 탈래?> 번외 편을 준비했습니다.
약 3년 전, 책에 취미가 생기기 시작하던 시절 브런치에 썼던 글인데요.
부족하지만 재밌게 읽어주세요. 늘 감사합니다.
혹시 돌멩이에 대해 기억해 본 적 있는가? 나는 그리 오래 생각해보지 않아도 돌멩이에 대한 기억이 꽤 많다.
어릴 적 눈이 오는 날이면 친구들과 눈싸움을 하곤 했었다. 그중 장난기 많은 친구 한 명이 던진 눈덩이가 내 얼굴을 향했다. '고작 눈인데 아프면 얼마나 아프겠어?' 내 생각은 큰 오산이었다. 얼굴은 붉게 달아오르고 퉁퉁 부어버렸다. 개구쟁이 그 친구가 눈 안에 돌멩이를 넣어 던졌던 것이다.
돌멩이에 대한 나쁜 기억만 있는 건 아니다.
추석이 다가오면 가족과 함께 안동에 있는 산소에 들러 벌초를 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꽤 큰 강가에 앉아 점심을 먹곤 했다. 강가라 그런지 발밑엔 작은 돌멩이들이 많았다. 식사가 끝나고 자리를 뜨기 전 우리 가족은 약속이나 한 듯 다 같이 얇고 동그란 돌멩이를 찾아 바닥을 훑었다. ‘물수제비’를 뜨기 위해서였다. 누가 더 많이 튕기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동생과 함께 팔이 빠지도록 돌멩이를 던져댔던 기억이 있다.
그 밖에 등산을 할 때면 돌멩이를 쌓아 소원을 빌던 기억, 운전 중 티끌만 한 돌멩이가 튀어 앞 유리에 금을 새긴 기억 등 생각해 보니 돌멩이 하나로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울 수 있을 만큼 추억이 많았다.
자, 이제 돌멩이는 던져버리고, 책에 대해 기억해 본다. 사실 이 글을 쓰기 직전까지만 해도 과거의 나, 그리고 책과의 기억을 떠올리며 얘기하는 시간을 가지려 했다. 하지만 책에 대해 좋은 기억 나쁜 기억 가릴 것 없이 내 머릿속은 ‘책’란 단어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지낸 듯했다. 멍- 해졌다. 그깟 하찮은 돌멩이에게도 많은 기억이 있는데, 하물며 '마음의 양식'이라 불리는 책에 대한 기억이 없다니.
난 어릴 적 무슨 책을 읽었더라? 방학 숙제로 독후감이란 걸 써서 선생님께 제출하곤 했다. 그렇다면 무슨 책이든 읽었다는 것 아닌가. 그러나 난 끝내 내가 읽었던 책이 무슨 책이었는지 기억해 내지 못했다. 기억할 수 없었다. 한심했다. 나중에 아이를 낳고 아빠가 되어도 아이에게 추천해 줄 책 하나 없다는 것이 한심했다.
오랜 시간 동안 기억할 만한 좋은 책 한 권 없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온라인 게임과 그동안의 봤던 TV 프로그램들은 머릿속에 셀 수 없이 떠오르는데, 완독 해낸 책 한 권 기억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원망이 나 자신에게 몰려왔다. 꽤 오랜 시간 그렇게 나는 스스로를 원망하고 있었다. 그때 이제 막 읽기 시작한 책의 한 구절이 생각났다.
실패 후에 그 에너지를 원망하는 데 낭비하지 말고 다시 바닥을 딛고 일어서는 데 사용하라.
그러면 당신은 성공할 것이다.
- <마음을 숨기는 기술>, 책이 있는 마을, 플레처 부
‘맞아, 내가 지금 왜 이러고 있지? 어차피 과거의 나일뿐이잖아’ 낭비하지 말자. 책 한 권 읽지 않았던 과거의 나를, 더는 원망하지 말자. 보이지 않는 막연한 의무감이었던 책 읽기. 30대가 익숙해질 즘 비로소 책 읽으라 명령한 대뇌. 이렇게 긍정적인 변화를 이룬 나에게 원망은 시간 낭비, 에너지 낭비이다.
다시 돌아와서, 기억해 본다.
과거의 나와 책 그리고 추억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