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짜리 감정이 계정을 박살 냈다

순간의 감정에 선택을 맡긴 결과

by 권휘석

하루아침에, 인스타그램 계정이 박살 났다. 열심히 쌓아온 도달률과 노출, 전부 무너졌다. 단지 5분도 안 되는 감정 하나 때문이었다.


그땐 뭘 해도 잘 되던 시기였다. 게시물은 몇 만씩 터졌고, 팔로우는 하루가 다르게 늘었다. 그렇게 알람 도파민에 취해 있을 때쯤 어느 순간부터 이상한 계정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당일 수익’, ‘김팀장’, ‘오늘 결제 가능’


스팸 느낌 물씬 나는 계정들. 나는 그들이 내 팔로워 목록에 채워지는 게 싫었다.


‘무슨 다 김팀장이래, 창의력도 없어.’


나는 그런 계정이 보일 때마다 인스타그램 팔로우 목록에서 지우고 또 지웠다. 그런데도 계속 생겨났다. 순간, 부산 고시원에 살 때 보던 바퀴벌레가 생각났다. 지워도 지워도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내 감정을 표출했다. 홧김이었다.


“이런 계정들 제 계정 팔로우 하지 마세요, 꼭, 바퀴벌레들 같아.”


속은 시원했지만, 며칠 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게시물 도달률이 기존의 10분의 1로 줄었다. 알고 보니, 그날, 스토리에 적은 바퀴벌레라는 단어가 ‘혐오 표현’으로 신고를 받았고, 인스타그램의 가이드라인 위반 판정을 받은 거였다. 그날 스토리를 지우는 데는 1초도 안 걸렸지만, 도달률을 회복하는 데는 몇 달이 걸렸다. 꽤 오랫동안 내 계정은 박살 났었다. 버려야 하나 고민할 만큼. 결과는 참혹했다.


그때 깨달았다. 감정은 순간이고, 결과는 오래가는구나.


그날 이후 나는, 순간의 감정에 선택을 맡기지 않기로 했다.

감정은 금방 지나가지만, 말은 남고, 말이 남기고 간 결과는 늘 생각보다 더 오래 살아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