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말 한마디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큰일이다. 분유가 똑 떨어졌다. 급하게 슈퍼마켓으로 달려갔다. 매장을 2바퀴쯤 돌고 나서, 점원에게 물었다. “여기 분유는 안 파나요?” 점원은 대답했다. “네, 분유는 없어요.”
‘무슨 슈퍼에 분유도 안 팔아...’
혼자 구시렁거리며 마트를 나왔다. 아내에게 현재 상황을 보고 했고, 우리 가족은 그날 바로 대형마트로 향했다.
아기띠를 맸다. 아내는 아기짐가방과 쇼핑 카트를 담당하기로 했다. 얼마만의 대형마트 쇼핑인가? 아기 낳고 처음 아닌가? 쇼핑 목록은 달랑 분유 한 통이었지만 설레는 마음은 카트를 가득 채우고도 남았다.
가장 먼저 분유를 찾아다녔다. 분유 이유식 코너에 도착했지만, 아무리 찾아도 분유는 보이지 않았다. ‘설마 여기에도?’ 불안감이 엄습했다. 나는 아기를 가슴에 품고 빠른 걸음으로 직원을 찾았다. “죄송한데요, 분유 코너는 어디 있어요?” 직원은 친절하게 안내해 줬다. 우리가 보고 있던 맞은편에 다양한 분유가 진열되어 있었다.
얼른 아내를 불렀다. “여기 있어! 찾았어” 아내는 한참을 휴대폰으로 무언가 찾아보다 내 목소리에 한걸음에 달려왔다. 그 후 과자와 함께 이것저것 신나서 쇼핑을 했다. 그렇게 우리는 아기와 함께 하는 첫 번째 대형마트 쇼핑을 성공적으로 마치려나 싶었다. 문제는 주차장에서 벌어졌다.
아기짐가방이 없어졌다.
분명 쇼핑 전 아내가 카트 앞에 넣어놨었는데… “계산대에 놓고 왔나 보다.” 나는 100% 확신했다. 무조건 계산대에 있으리라 생각했다. 아내는 나와 아기를 후덥지근한 주차장에 남겨두고, 가방을 찾으러 되돌아갔다. 한참이 지나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그때 나는 아기가 울고불고할 때라 살짝 예민했다. “없대, 계산대에 없어.” 뭐지, 그럼 가방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귀신이 훔쳐가기라도 했나. 순간 당황했다. 내가 다시 찾아볼 테니, 너는 여기 와서 아기랑 같이 있으라고 했다. 그렇게 아내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돌아왔고, 나는 괜히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다행히 아기짐가방이 들어있던 카트를 찾았다. 처음에 헤매던 분유이유식 코너에 덩그러니 있었다. 내가 직원을 찾으러 간 사이에, 아내는 분주하게 휴대폰으로 분유를 구매하고 있었다. 당장 먹일 게 없으니 다급했나 보다. 그 후 갑자기 내가 찾았다고 불러대니, 정신없이 카트를 두고 왔던 것이다.
가방을 찾아들고 차에 탔다. 나는 정신을 좀 차리고 다니라며 쏘아댔다. 그때도 이런 일 있지 않았냐며 굳이 꺼낼 필요 없는 옛날 얘기까지 했다. 아내는 미안하다고 했고, 풀이 잔뜩 죽어있었다.
아내는 말했다. “내가 잘 못 챙기니까, 너도 조금씩 신경 써줘.” 순간, 아차 싶었다. 이깟 짐가방 잃어버릴 뻔한 게 이렇게 중요한 일인가? 결국 찾았잖아. 나도 부족한 점 많은데, 내가 한번 더 챙겼으면 됐을걸. 나는 또 그렇게,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날을 세웠다. 그녀에게 다정하자는 다짐을 스스로 배반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