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하나인 삶

델리아 오언스 『가재가 노래하는 곳』 리뷰

by 권인

우선 작가의 해박한 생물학 지식과 시적인 문장, 자연과 인생에 대한 통찰력에 감탄했고, 살인 사건과 로맨스, 법정 다툼과 마지막 부분의 대반전까지, 짜임새 있고 흡입력 있는 이야기 전개에 지루할 틈 없이 빠져 읽었습니다.
나중에 작가와 책 소개를 보고 (동물행동학 박사가 일흔에 가까운 나이에 발표한 작품) 책 속에 나오는 습지, 조류, 곤충들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이 작가의 해박한 전공 지식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을 알게 되니 이 책이 한 편의 소설이자 과학 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차 세계대전 참전의 트라우마 때문에 술에 의존하며 가족들에게 폭력을 일삼는 아빠, 이를 견디지 못하고 아이들을 남겨두고 떠나 버린 엄마, 그리고 언니와 오빠들도 모두 차례차례 떠나 버리고 폭력적인 아빠 밑에 혼자 남겨진 일곱 살 소녀 카야는 어떻게든 살아 남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합니다.
아빠와의 관계가 좋아진다고 느낄 때 쯤 엄마의 편지를 받고 폭발한 아빠마저 떠나 버리고, 카야는 홍합과 훈제 생선을 내다 팔며 혼자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합니다.
왜 모두 자신을 남기고 떠나 버리는지 이유도 모른 채 습지의 허름한 판자집에 고립되어 '마시 걸 (marsh girl, 습지 소녀)'이라 사람들에게 놀림 받고 배척당하는 카야의 고되고 외로운 삶이 마음 아팠고, 그런 카야를 돕는 소수의 사람들이 대부분 카야와 같은 백인이 아니라 점핑 (흑인)을 비롯한 유색 인종이라는 점은 '소수자/약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에 대한 작가의 일침'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체이스 살인 혐의로 재판을 받으며 시멘트 벽으로 둘러싸인 감옥 안에서 자연 (바다와 습지)으로부터 떨어진 상태에서의 불안과 아픔을 느끼는 카야를 위로해 주는 고양이 "선데이 저스티스 (재미있고 의미심장한 이름)"의 천연덕스럽고 도도한 모습이 미소를 자아냈고, 끝없는 엇갈림 끝에 서로의 마음을 받아들이고 부부가 된 카야와 테이트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테니 결말은 알려드릴 수 없지만 마지막의 대반전도 흥미로웠고요.
무엇보다 소설임에도 긴 시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풍부한 비유와 은유가 가득한 문장들이 아름다웠고, 과학자이면서도 어쩌면 이렇게 시적인 문장을 쓸까 싶어 작가에게 정말 감탄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중학교 추천 도서였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중학생이 읽기에는 부적절한 부분들이 있어 어른이 된 후 읽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갈피+생각


* 책에서 나온 구절을 읽은 후 떠오른 생각과 감정은 초록색으로 표시했습니다.


카야는 체이스를 잃었기 때문에 슬픈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거절로 점철된 삶이 슬펐다. 머리 위에서 씨름하는 하늘과 구름에 대고 카야는 큰 소리로 외쳤다. "인생은 혼자 살아내야 하는 거라지. 하지만 난 알고 있었어. 사람들은 결코 내 곁에 머무르지 않을 거라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단 말이야."

부모님과 형제들은 물론 사랑했던 사람들까지 모두 떠나가 버리는 상황에서 카야가 느꼈을 상처, 상실감, 외로움이 얼마나 클지 상상하기도 힘듭니다.

세상에 홀홀단신으로 남겨진 채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방법을 찾고, 곁에 아무도 머무르지 않을 것이라 체념하는 카야의 처지가 너무 가슴 아팠습니다.


한창 냇물을 건너는데 발밑에서 허망하게 쑥 빠져버리는 징검돌처럼 누구도 못 믿을 세상에서 자연만큼은 한결같았다.


결국은 우리한테 남는 건 그것뿐이야. 타인과의 연결 말이야.


카야는 조수간만처럼 확실한 이런 자연적 과정의 일환으로 살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녀만큼 이 지구라는 별과 그 속의 생명체들과 끈끈하게 유착되어 살아가는 사람은 찾기 힘들었다. 흙 속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대지의 어머니에게서 태어나서.


- 출처: 『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저/김선형 역, 살림 출판사,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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