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윌리엄스 『스토너』 리뷰
밀리의 서재에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있고, 신형철 교수님의 추천 작품이기도 해서 궁금한 마음에 읽기 시작한 책.
극적인 사건도 없고, 시종일관 조용하고 우울한 분위기인데도 이상하게 계속해서 한 쪽만 더, 한 쪽만 더 하며 새벽 세 시가 넘도록 읽게 되었던 작품입니다.
마지막 부분에서 스토너가 병원에 간 순간부터 눈물이 계속 흘러내려서 마지막 장까지는 흐린 눈으로 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난한 어린 시절, 심신이 건강하지 않은 이디스와의 불행한 결혼생활, 딸 그레이스와의 원치 않은 멀어짐, 사랑하는 캐서린과의 아픈 이별, 로맥스의 끝없는 괴롭힘, 마지막에는 암까지.
스토너는 토마스 하디의 『비운의 주드』나 『더버빌가의 테스』처럼 살아 있는 내내 불운이 끊이지 않는, 가엾고 안쓰러운 인물이었습니다. 캐서린과 불륜을 저지르는데도 욕이 나오기는 커녕 오히려 얼른 이디스와 이혼하고 캐서린과 행복한 삶을 누리길 응원해 주고 싶었을 정도로,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이해해 주고 응원해 주고 싶은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사랑에 빠져 버린 영문학, 그리고 교육에 대한 열정으로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조용하고 유순해 보이지만 본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는 절대 소신을 굽히지 않는 '외유내강'의 살아 있는 표본 같은 스토너의 모습이 너무 멋있었고, 그런 그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이디스와 로맥스는 정말 얄미웠습니다. 잘못한 것도 없이 이디스와 로맥스에게 괴롭힘을 당했으면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그들을 이해한다고 말하는 스토너의 깊은 이해심과 너그러움은 존경스러울 정도였고요.
이 작품을 인생 책으로 꼽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데, 아마도 스토너라는 인물이 가진 힘 때문일 것입니다.
삶의 모든 순간, 죽음까지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어려운 상황이나 그를 괴롭히는 사람들을 원망하지 않고 이해하려 노력하고 참아 내며, 그저 묵묵히 본인만의 길을 걸어가는 스토너의 모습이 아주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 책에서 나온 구절을 읽은 후 떠오른 생각과 감정은 초록색으로 표시했습니다.
"물러가라, 물러가라, 이 못된 갈리아 놈들!" 그러고는 여전히 번역을 이어나가면서 책으로 고개를 돌렸다.
총장 일행은 놀라서 헉 하고 숨을 삼키며 휘청휘청 뒤로 물러나더니 몸을 돌려 도망치듯 밖으로 나갔다.
스토너의 수업이 있는 회의실을 총장이 사용하기로 했으나, 스토너가 수업에 몰두한 나머지 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 총장 일행 앞에서 라틴어 구절 번역을 계속하는 장면으로, 시종일관 잔잔한 분위기의 작품 속에서 돋보였던 재미있는 장면입니다.
의도하기라도 한 것처럼 하필 "물러가라, 물러가라"라는 대사가 나오는 구절을 번역하다니요.
그런 스토너의 모습에 도망치듯 떠날 수밖에 없었던 총장의 모습이 상상되어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유행이나 관습에 무지한 그들이 공부를 대하는 태도는 스토너가 예전에 꿈꾸던 학생의 모습 그대로였다. 공부를 특정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수단이 아니라 인생 그 자체로 생각하는 모습.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학교로 돌아온 나이 많은 학생들이 공부에 순수하게 몰두하는 모습을 보며 스토너가 흐뭇해 하는 장면입니다. 저 역시 스토너와 같은 감정을 느꼈을 것 같습니다.
그는 죽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레이스가 떠난 뒤 조급하게 죽음을 기다리는 순간들이 가끔 있었다. 별로 여행을 하고 싶지도 않으면서 여행을 떠나는 순간을 기대하는 사람처럼. 모든 여행자가 그렇듯이, 그도 떠나기 전에 할 일이 아주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일들이 무엇인지 생각나지 않았다.
죽음을 여행에 비유한 것이 인상 깊습니다. 공감도 많이 되고요.
아래처럼 '여행' 자리에 '죽음'을 대입해 보면 공감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별로 죽고 싶지도 않으면서 죽는 순간을 기대하는 사람처럼. 죽음을 앞둔 모든 이가 그렇듯이, 그도 죽기 전에 할 일이 아주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일들이 무엇인지 생각나지 않았다."
죽음은 이기적이야. 그는 생각했다.
죽어가는 사람은 혼자만의 순간을 원하지. 아이들처럼.
죽음이 다가온 순간, 아내도 부르지 않고 혼자 조용히 죽음을 맞는 스토너의 선택이 공감됩니다.
저도 죽는 순간에는 스토너처럼 오로지 혼자 있고 싶을 것 같습니다.
- 출처: 『스토너』, 존 윌리엄스 저/김승욱 역, 알에이치코리아,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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