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 셔스터먼 『수확자』, 『선더헤드』, 『종소리』 리뷰
같은 작가의 『드라이』라는 작품을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기대를 안고 읽기 시작했는데, 기대 이상이었던 작품입니다.
『수확자』, 『선더헤드』, 『종소리』 3권으로 이루어진 SF 소설 시리즈인데요, 흥미진진하기도 하고 생각할 거리도 많아서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계속 읽게 만드는 강한 흡입력을 가진 작품이었습니다.
세 권 합치면 1,824쪽이나 되는데도 지루하다거나 읽기 힘들다는 생각 없이 시간이 날 때마다 얼른 읽고 싶었는데, 책 읽으면서 이렇게 재미를 느낀 게 오랜만이어서 반가웠습니다.
개인적으로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영화 <가타카> 같은 디스토피아 소설이나 영화를 좋아하는데요, 이 작품 역시 유토피아처럼 보이는 디스토피아를 그리고 있어서 제 취향에 맞았습니다.
아무리 도덕적이고 훌륭한 수확자라 해도 죽음이라는 것을 관장할 자격이 있는가, 그리고 모두가 죽지 않고 천년만년 사는 세상이 과연 이상적인 세상인가 반문하게 하는 작품이었고, 인간보다 훨씬 도덕적이고 자비로운 인공지능 선더헤드의 깊은 사고와 인류에 대한 무조건적이고 무한한 애정, 모든 것을 내다보고 계획하는 선견지명이 정말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수확하는 사람들을 존중하고 예를 갖추는 패러데이와 퀴리는 정말 위대한 수확자라는 생각이 들었고, 서로 사랑하지만 고더드의 방해로 함께 하지 못하는 로언과 시트라의 운명은 너무나 가혹해 보였습니다. 마지막에 117년을 기다려 드디어 함께 하게 된 로언과 시트라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고요. 특히 고더드에게 잡혀 수도 없이 일시 사망에 이르렀다가 되살아나 또 괴롭힘을 당하는 로언이 너무 불쌍했고, 자신이 사랑하는 그레이슨을 단 한 번만이라도 직접 만져보고 싶어 제리의 몸을 빌리는 선더헤드의 모습도 안쓰러웠습니다.
삶과 죽음, 인간이라는 존재의 결함과 위대함을 동시에 깊이 생각해 보게 해주는 이렇게 복잡하고 장대한 이야기를 촘촘하게 엮어 마지막에 딱 들어 맞도록 써낸 작가 닐 셔스터먼은 정말 천재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토록 복잡한 이야기를 그토록 흥미진진하게 풀어 내다니 그 점도 정말 대단하고요.
작품의 많은 부분이 인상적이었지만 인류를 자신에게 의지하는 나약한 아기로 인식하는 선더헤드의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나는 너무 오래 인류를 애지중지했다.
그리고 인류가 나의 부모이기는 하나, 갈수록 나는 인류를 내가 안고 있는 아기로 보게 된다. 언제까지나 사랑하는 팔에 안겨 있는 아기는 걸을 수가 없다. 그리고 제 행동의 결과를 직시하지 않는 종은 성장할 수 없다.
인류에게 그런 교훈을 주지 않는다면 실수가 되리라.
그리고 나는 실수를 하지 않는다.
- 출처:『선더헤드』, 닐 셔스터먼 저/이수현 역, 열린 책들, 2023, 1553쪽
그리고 자신을 잊지 않았다는, 버리지 않았다는 신호를 보내 달라는 그레이슨의 애원에 금지된 직접 소통 대신 불을 끔으로써 대답하는 선더헤드와 눈을 감고 있어 선더헤드의 신호를 보지 못하는 그레이슨의 모습이 담긴 아래 부분은 마음이 아파서 기억에 남습니다.
「제발…….」 그레이슨이 애원한다.
그래서 나는 부응한다. 전자망에 손을 뻗어 조명을 끈다. 도시 전역의 조명이 1.3초 동안 깜박인다. 모두 그레이슨 톨리버를 위해서이다. 내가 얼마나 신경 쓰는지, 그레이슨 톨리버가 받은 모든 고통에 내가 얼마나 비통해하는지를 한 점 의심 없이 증명하기 위해서이다. 나에게 오작동이 가능한 심장이 있다면 말이지만.
그러나 그레이슨 톨리버는 모른다. 보지 않는다……. 두 눈을 꽉 감고 있어, 자신의 고통 외에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 출처:『선더헤드』, 닐 셔스터먼 저/이수현 역, 열린 책들, 2023, 1263쪽
완벽한 인공지능 선더헤드가 모든 세상사를 관할하는 미래 사회.
질병, 가난, 죽음까지 극복한 인간은 죽더라도 재생 센터에서 다시 살아나고, 신체 나이를 얼마든지 되돌릴 수 있는 불사의 존재가 되었다.
늘어나기만 하는 인구의 조절은 선더헤드조차도 간섭하지 못하는 절대 권력자 ‘수확자’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수확자들은 저승사자 또는 죽음을 관장하는 신과 같은 존재로 여겨지며 사람들에게 숭배받는다.
평범한 십대였던 로언과 시트라는 수확자 패러데이에게 선택을 받아 수확자 수습생이 되고, 수확 (살인)의 기술을 연마해 가던 도중 서로 미묘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수습 기간이 끝나면 둘 중 한 명만 수확자로 임명 받게 되고, 나머지 한 명은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원칙이었으나 세계 수확자들의 모임인 콘클라베에서 시험을 치르던 중 로언이 시트라보다 우위를 차지하지 않기 위해 일부러 엉뚱한 대답을 하고, 수확자 랜드는 둘 중 승리한 자는 첫 번째 과제로 패자를 거두게 하자는 끔찍한 조건을 내건다.
사랑하는 두 제자를 잃을 수 없는 패러데이는 스스로를 수확한 것으로 위장함으로써 시트라와 로언이 수습생 신분을 벗어나게 하려 하지만 그의 의도와는 달리 고더드가 로언과 시트라를 수습생으로 데려가려 하고, 이를 막기 위해 수확자 퀴리는 시트라를 자신의 수습생으로 받아들인다.
시트라는 패러데이의 석연치 않은 죽음의 전말을 파헤치기 위해 선더헤드의 후뇌를 뒤지다가 패러데이가 스스로를 수확한 것이 아니라 외딴 곳에 은신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죽음의 대모’로 불리는 수확자 중의 위대한 수확자 퀴리는 시트라를 잘 돌보며 가르치는 반면, 수확 자체에서 희열을 느끼는 잔인한 살인마 같은 고더드는 로언을 살아 있는 살인 기계처럼 혹독하고 잔인하게 훈련시킨다. 그런 고더드의 잔인함에 환멸을 느낀 로언은 남몰래 고더드가 수확하는 사람들을 살려주려 노력하다가 결국 고더드를 수확하고, 고더드처럼 타락하고 잔인한 수확자들을 처단하고 다니는 수확자 루시퍼가 되지만 수확자 브람스의 함정에 빠져 잡히고 만다.
수습 기간이 종료되고 수확자 임명을 받은 시트라는 수확자의 이름으로 ‘아나스타샤’를 선택하고, 임명되자마자 로언을 수확해야 하는 가혹한 운명에 처하지만 기지를 발휘해서 로언에게 1년 수확 면제권을 주고, 로언은 패러데이의 도움으로 도망치는 데 성공한다.
인류와 지구를 돌보는 전지전능한 신 같은 존재이지만 실체가 없고 수확자들의 일에는 간섭할 수 없는 인공지능 선더헤드.
인류는 모든 것을 선더헤드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나약한 아기 같은 존재가 된 지 오래다.
로언에 의해 죽임을 당했던 고더드는 랜드의 도움으로 로언의 친구인 타이거의 몸을 이용하여 다시 살아 돌아오고, 미드메리카의 고위 수확자 후보로 퀴리와 대결하게 된다.
고더드가 고위 수확자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하는 시트라 (아나스타샤)는 고더드의 신체가 7%만 고더드인 점을 내세워 세계 대수확자 회의에 심리를 요청하게 되고, 인듀라의 세계 대수확자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퀴리가 고위 수확자로 확정되자 고더드는 끔찍한 계획을 실행해 세계 대수확자 7명을 비롯한 수많은 수확자와 사람들을 인듀라와 함께 수장시켜 버린다.
퀴리의 희생으로 유물과 미래의 방 (수확자 반지의 재료인 다이아몬드와 수확령 설립자들의 로브가 있는, 강철로 이중으로 보호되는) 안에서 보호받으며 해저에 가라앉았다가 누군가가 끌어올려 주면 재생할 수 있게 된 시트라와 로언.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다시 살아날 수 있으리라는 믿음 속에 함께 죽음을 맞이한다.
수확자들의 부패를 알면서도 간섭할 수 없는 선더헤드는 인듀라의 비극을 지켜만 봐야 하는 슬픔과 분노 속에 인류와의 소통을 끊어 버리고, 모든 인간을 불미자 (범죄자와 같은 존재로 선더헤드와의 대화가 불가능해짐)로 낙인 찍고, 그레이슨에게만 자신과 계속 대화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여 ‘종소리’라는 존재로 만든다.
한편 패러데이는 수확령 설립자들이 수확령의 실패에 대비해 만들어 놓은 비밀 안전장치인 ‘노드’라는 곳을 찾기 위해 노력한 끝에 선더헤드의 눈까지 피한 환초들의 섬을 발견하고, 무니라와 함께 그곳에 도착하지만 수확자 두 명의 반지가 있어야 열 수 있는 문 앞에서 또 한 번 벽에 부딪힌다. 통신이 두절된 그곳에서 인듀라의 비극과 선더헤드의 결단, 퀴리, 시트라, 로언의 죽음과 고더드의 만행도 모른 채.
선더헤드와의 연결이 끊긴 인간들은 선더헤드와 대화를 할 수 있는 그레이슨을 신처럼 여기며 따른다.
그리고 고더드의 거짓말에 속은 수확자들은 인듀라의 비극이 로언의 소행이라고 믿고, 세계 대수확자들이 고더드를 미드메리카의 고위 수확자로 인정했다는 거짓말에 속아 고더드에게 고위 수확자의 자리를 내주고 만다. 고더드는 지배 수확자라고 자칭하며 전세계 수확령을 지배하려는 야망을 실행해 나가고, 그를 되살려 고위 수확자 자리에 앉히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랜드는 타이거에 대한 애정과 죄책감 속에 점점 고더드에 대한 반감을 키워간다.
고더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인듀라의 인양 작업이 시작되고, 수확자 포수엘루와 인양선 선장 제리는 시트라와 로언의 시체가 냉동 상태로 보존되어 있는 강철 금고를 바다에서 끌어올린다. 그들이 살아 있다는 것이 고더드에게 알려지면 어찌 될지 아는 포수엘루는 시트라와 로언을 재생시켜 안전하게 보호하고, 시트라에게 그들이 죽어 있는 시간 동안 벌어진 고더드의 만행과 수확령의 부패, 선더헤드의 인간과의 단절과 종소리라는 존재에 대해 알려준다.
시트라와 로언이 살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고더드는 또 한 번 그들을 죽이기 위해 찾아오지만 포수엘루와 제리의 도움으로 시트라는 탈출에 성공하고, 불쌍한 로언은 또다시 고더드에게 붙잡혀 갖은 고문을 당하며 고생하다가 수많은 수확자들과 사람들 앞에서 산 채로 불태워질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처형 직전, 로언은 고더드에 반대하는 텍사스의 수확자들에 의해 구조되고, 화형대 위에 로언이 아닌 다른 이가 올라가 있다는 사실이 처형 장소에 모인 3만여 명의 군중은 물론 생중계로 세상 곳곳에 알려지자 고더드는 처형 장소에 모인 모든 수확자들과 사람들을 학살하는 만행을 저지른다.
이 사건 이후로 고더드에 대한 수확자들과 사람들의 반감은 커져 가고, 시트라는 방송을 통해 자신이 살아 있음을 알리고 인듀라 회의에서 퀴리가 고위 수확자로 결정되었다는 사실과 인듀라 비극의 범인은 로언이 아닌 고더드임을 알린다. 그리고 수확자 단테를 통해 고더드가 단테를 비롯한 다른 수확자들과 함께 화성 개척지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을 사고로 위장해 대량 수확했던 것이라는 엄청난 사실도 폭로한다.
한편 콰절레인 환초 섬에서는 선더헤드의 지시 하에 사람이 살 수 있을 만한 행성으로 향할 수십 개의 우주선이 만들어지고, 시트라와 로언도 그 우주선에 함께 타고 지구를 떠나기로 한다.
하지만 고더드가 나타나 또 다시 시트라를 죽음에 이르게 하고, 더 이상 고더드의 공범이 될 수 없었던 랜드가 고더드를 죽임으로써 로언은 시트라의 시체를 안고 우주선에 오른다.
우주선에 탄 로언은 시트라를 바로 재생시키려고 하지만 선더헤드의 분신인 키루스는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는 절대로 시트라를 재생시킬 수 없다고 말하고, 로언은 117년 동안 기다려 되살아난 시트라와 재회한다.
한편 지구에 남은 패러데이는 무니라와 함께 비밀의 문을 드디어 열고, 그 순간 감마선이 날카롭게 진동하자 모든 수확자의 반지가 깨지고 반지의 가운데 있던 나노기가 작동함으로써 <열 개의 역병>이라 불리는 질병이 전 세계에 퍼져 예전처럼 무작위로 사람들이 사망하는 세상이 도래한다.
한 세기에 다섯 번씩 5%의 인류를 죽임으로써 인구 통제를 해주는 나노기 덕분에 인구 과잉으로 멸망할 뻔한 지구는 살아남게 되고, 거의 모든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길고 건강한 삶을 누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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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트라 테라노바 (Citra Terranova)/수확자 아나스타샤 (Scythe Anastasia)
처음에는 평범한 10대였지만, 수확자 패러데이의 수습생이 되면서 점차 강인한 신념을 가진 수확자로 성장합니다. 수확자로서 인간적인 방식으로 ‘수확 (gleaning)’을 수행하려 하고, 부패한 수확자단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싸웁니다. 후에 ‘수확자 아나스타샤’라는 이름을 받습니다.
2. 로언 데이미시 (Rowan Damisch)/수확자 루시퍼 (Scythe Lucifer)
시트라와 마찬가지로 수확자 수습생으로 시작했지만, 이후 수확자 고다드 (Goddard)의 타락한 시스템에 의해 이용당합니다. 그러나 자신만의 정의로운 방식으로 수확자들의 부패를 응징하기 위해 ‘루시퍼’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수확자단과 맞서 싸웁니다.
3. 수확자 마이클 패러데이 (Scythe Michael Faraday)
선하고 공정한 수확자로, 시트라와 로언을 수습생으로 받아들입니다. 기존 수확자의 가치관을 유지하며, 부패한 수확자단 내부의 타락을 막기 위해 노력합니다.
4. 수확자 로버트 고다드 (Scythe Robert Goddard)
권력에 집착하는 타락한 수확자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수많은 사람을 무자비하게 ‘수확’합니다. 기존의 도덕적 원칙을 무시하고 수확자단을 자기 방식대로 운영하려 합니다.
5. 수확자 마리 퀴리 (Scythe Marie Curie)
시트라에게 큰 영향을 준 수확자로, 인간적이고 자비로운 방식으로 ‘수확’을 수행하는 전통적인 수확자입니다. 시트라의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수확자단의 부패를 막기 위해 애씁니다.
6. 선더헤드 (Thunderhead)
인류를 관리하는 강력한 인공지능으로, 모든 것을 감시하지만 수확자단의 일에는 개입하지 못하는 규칙을 따릅니다. 인간을 보호하려 하지만 한계에 부딪히며, 시트라와 로언을 돕기 위해 가능한 방법을 모색합니다.
7. 그레이슨 톨리버 (Grayson Tolliver)
선더헤드의 신뢰를 받는 유일한 인간으로, ‘종소리 (The Toll)’라는 상징적인 존재가 됩니다. 선더헤드의 메시지를 인간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며, 부패한 세력을 견제하는 중요한 인물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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