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단 없는 수학공부, 속 터지는 수학진도!

by 시골교사

‘왜 구구단 외는 소리가 들리지 않지?’

큰 아이가 2학년이 된지 한참 지났을 무렵, 문득 생겨난 궁금증이다. 그맘때쯤 소리 내서 구구단을 외우던 옛날 생각도 나면서 말이다. 그런데 뒤늦게 알게 됐다. 이곳엔 구구단이 없고, 아예 가르쳐주지도 않는다는 걸 말이다.

큰아이는 1학년 내내 숫자 1에서 30사이에서만 더하고 빼기를 반복했다. 그것도 공책에 일일이 바둑알을 그려가면서 말이다.(이때 손가락은 쓰지 못하게 한다.)

2학년 때 배우는 곱하기와 나눗셈에서도 바둑알은 어김없이 등장했다. 바둑알을 하나하나 그리고, 그것을 묶고, 그 묶음 안에 몇 개의 바둑알이 들었는지, 바둑알이 몇 묶음으로 묶이는지를 계속해서 배워갔다. 성질 급한 나로서는 참으로 속 터질 일이었다. 한국엔 구구단도 부족해서 20단까지도 외운다고 하더만, 바둑알을 가지고 언제까지 저렇게 묶었다, 풀었다만 계속 하고 있을지 말이다.

1,2학년 때 그렇게 답답할 정도로 느리게 진행되던 학습 진도는 3학년이 되면 제법 빨라지고 어려워진다. 2학년 때까지 주로 숫자 50이하에서 놀던 덧셈‧뺄셈‧곱셈‧나누셈이 그 이상의 숫자 개념으로 확대된다. 학년 수준에 맞게 응용문제들도 다뤄진다. 하지만 1학년 때부터 해오던 반복 학습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계속 이어진다. 독일 아이들은 그렇게 아주 천천히 연산 원리를 깨우쳐 나갔다.

이런 더딘 학습과정에 대한 궁금증을 그냥 안고 있을 수 없어 큰 아이 담임 교사에게 질문해 보았다. 그녀 말에 의하면 중학교, 특히 인문계 중학교에 올라가면 이런 반복연습은 더 이상 없다며 다음과 같은 설명을 덧붙여 주었다.

“공부하는 습관과 방법은 이미 초등학교에서 충분히 익혔잖아요. 게다가 개인의 능력에 맞게 학교가 정해졌기 때문에 더 이상의 반복학습은 지루함만 더할 뿐이죠. 초등학교 졸업 후의 반복학습은 개인 몫인 셈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