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에 새로운 원장이 부임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원장부임을 축하하는 파티가 열렸다.
한쪽에는 다과가 마련되고, 유치원 각 반 교실에는 간단한 놀이가 준비되었다. 어떤 반에는 모래를 잔뜩 쌓아 놓고, 모래 속 깊이 숨겨진 보물(진주모양의 돌)을 찾게 하고, 또 다른 반에선 수저에 콩을 담아 나르게 했다. 아이들이 자기 키만한 자루에 들어가 껑충껑충 뛰며 정해진 코스로 돌아오는 놀이를 하는 반도 있었다.
어떤 놀이를 누가 할지, 어떤 순서로 할지 따로 정해져 있진 않았다. 어느 정도 먹고 놀다 보면 여기저기서 먼저 참여한 아이들의 환호성 소리, 부모들의 유쾌한 웃음소리가 어우러지고, 그 소리가 다른 아이들의 귀를 자극하면 아이들은 부모의 손을 끌고 이 반, 저 반, 본인들이 원하는 곳을 오고 갔다.
흥미로운 건 모든 게임이 개인플레이라는 거다. 자루에 들어가 뛰는 것도 혼자, 콩 나르는 것 역시 혼자다. 경쟁자가 없다. 남을 이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참여하며 즐기는 게 목적이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그 곁을 지켜주며 환호성으로 아이들의 즐거움에 참여했다. 다른 사람을 이겨서 지르는 환호성이 아니다. 그저 내 아이가 즐거워하며 끝까지 해냈다는 것에 기뻐하고 만족할 뿐이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즐기는 게임문화
아는 친구 중에 독일 남자와 결혼한 중국 여학생이 있다. 그 친구는 결혼과 함께 연세가 구십 넘은 시할머니 집으로 들어가 살게 되었다. 신혼인데 시조모까지 모시고 사는 것이 불편하지 않겠냐고 물었더니 “시할머니가 돌아가시면, 이 집을 물려받을 수도 있다.”며 좋은 쪽으로 생각하였다.
그 얘기가 오간지 얼마 안 되어 그 친구를 다시 만났다. 그녀는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하였다.
“집을 상속받으려면, 아주 한참을 기다려야 할 것 같아. 할머니가 너무 건강하시거든. 특히 카드놀이를 하실 때면 눈이 반짝반짝 해.(웃음)”
독일의 체험‧놀이 문화 중에서도 특히 잘 발달되어 있는 게 바로 보드게임이다. 모임과 파티 때면 의례히 그런 종류의 게임을 함께 하며 시간을 보낸다. 게임을 즐기는 계층도 정말 다양하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게임용품들도 (그들 광고대로라면) 0세부터 99세까지 누구나, 어디서든 즐길 수 있게 만들어진다.
다양한 수요만큼 시장도 활발하여, 시중에는 새로운 아이디어의 게임 제품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고, 호기심 많은 새로운 구매자들은 이에 열렬히 반응한다. 어떤 친구의 말을 빌리면, 이런 게임문화 때문에 독일의 어르신들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산다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