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같이 할래요?”
한나 엄마의 뜻밖의 제안이었다. 한나는 큰 아이의 유치원 친구이자, 초등학교 친구이다. 매사에 소극적이고 쉽게 포기하는 딸 아이의 성격을 운동을 통해 고쳐보고자 하는 한나 엄마의 바람이었다. 또 그때까지 곁에서 지지할 친구가 필요했던 게다.
사실 별로 내키는 제안은 아니었다. 어릴 때나 지금이나 운동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여자 아이에게 축구를?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망설임이 길어졌지만 한나 엄마 역시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그녀의 설득은 성공했다. 축구교실이 집 근처인 것과, 월 2만 원의 저렴한 회비가 마음을 굳히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이참에 작은 아이까지 한번에 엮었다.
축구를 배운 지 두어 달이 지날 무렵, 이 선택은 ‘신의 한수’가 됐다. ‘가르치길 참 잘했다’라는 생각을 넘어, ‘왜 좀 더 일찍 시작하지 않았을까’하는 후회까지 들었다.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마음껏 에너지를 발산했다. 큰아이는 배운 기술을 팀 속에서 적용해 보고자 분주했고, 작은 아이는 성격대로 언니들 틈바구니에서 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써댔다. 두 아이 모두 요령이 부족해 연신 헛발질을 하고, 공을 원하는 곳으로 날리지도 못했다. 하지만 드넓은 운동장에서 공을 쫓아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아이들의 모습은 참으로 건강해 보였다. 넘치는 에너지를 운동장에서 저렇게 마음껏 뿜어댄다면, 심신이 두루 건강하게 잘 자라줄 것이란 믿음 또한 생겼다. 그동안 은근히 공부에만 급한 마음을 먹고 아이들을 그쪽으로 몰아 세웠던 것이 후회스럽기도 했다.
몸이 약한 큰 아이와, 에너지 넘치는 작은 아이에게 축구는 탁월한 선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