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다 피아노를 쳐야 하는 건 아닙니다.’

by 시골교사

독일 사람들은 음악을 참 좋아한다. 살던 도시 키일(Kiel)에는 매 달 한번, 극장에서 오페라가 공연되고 그것을 감상하기 위한 사람들로 티켓은 빠르게 매진된다. 오페라를 사랑하는 민족임에는 분명하다.

그런 음악적인 관심에 비해, 아이들의 음악교육에는 관심이 덜하다. 취미활동에 열을 올리는 이곳의 문화를 감안하면 다소 이례적인 일이다. 실제로 큰아이 반에서 악기를 배우는 학생 수는 전체 25명 중 6명 정도에 불과했다.

음악에 관심이 있는 집에서는 아이가 여섯, 일곱 살 정도 되면 시립 음악학원에 보낸다. 음악학원에서 2년간의 기초과정을 거치게 한 후 아이와 의견을 조율하여 악기를 정한다. 하지만 연습을 놓고 아이와 실랑이를 벌이지는 않는다. 연습을 소홀히 하면 아이가 그 악기에 흥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가르치는 일을 쉽게 접는다.

부모가 원하는 것과 아이가 원하는 것이 일치하지 않음을 일찌감치 인정한다.


취미생활로 바쁜 부모와 아이들

‘오전 12 30분이면 귀가 완료!’

초등학생의 경우 오전 7시 30분에 나간 아이들이 12시 30분 경이면 모두 집으로 돌아온다. 그 이후 시간은 부모와 아이들의 몫이다.

이런 조기 귀가로 초등학교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의 경우에는 문제가 되기도 한다. 물론 학교 내에 돌봄 시설이 있긴 하나, 정원이 적어 수요를 다 채우기 어렵다. 이런 상황과 맞물려 2005년경, 아이들의 조기 귀가가 기초학력의 저하를 가져온다는 주장이 화두로 올라오면서, 방과 후 활동이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강제사항은 아니다. 원하는 가정에 한해서 학교에서 방과 후 활동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오후 4시까지 참여시키고 돌봐준다.

우리 아이들이 다닌 초등학교의 경우, 방과 후 활동 참여자격은 3학년부터 주어졌다. 프로그램의 내용은 숙제지도, 기타, 축구, 댄스, 컴퓨터, 수예, 과학실험, 요리, 서양장기 등이다. 인력풀은 시에서 책임지고 학생들의 신청을 받은 뒤 배정한다. 반의 구성은 무학년제이며, 비용은 하루에 활동한 건당 1200원 정도.

돌봄교실이나 방과후수업이 끝나고도 아이들의 놀이에 대한 사랑은 끝이 없다. 아이들은 약속을 잡아 친구와 오가며 노느라 바쁘고, 다양한 취미에 도전하느라 바쁘다. 어떤 아이들은 주말을 제외한 요일마다 색다른 취미활동으로 분주하기도 하다. 예를 들어 월요일은 플롯레슨, 화요일은 승마, 수요일은 발레, 목요일은 댄스, 금요일은 수영 등등.

아이들의 노는 습관은 유치원 때와 똑같다. 서로 약속을 정해 집을 오가며 놀되, 아이를 데려다 주고 데려오는 일은 부모 몫이며, 부모 중 누군가가 아이들과 함께 있어 주어야 하는 것도 매한가지이다.

취미활동도 마찬가지이다. 각 분야별 취미활동이 이루어지는 장소까지 데려다 주고 데려오는 일, 모두 부모의 몫이다. 활동내용에 따라 장소가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데다 아이들을 태워가는 학원 버스가 일체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중학생 정도만 되어도 혼자 버스나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 있지만, 그전까지는 부모가 이 부분에 대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이런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 부모들은 전업주부든, 맞벌이든 자녀들의 건강하고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 자녀와 함께 오후시간을 보내느라 바쁘고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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