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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교사 Aug 17. 2019

변화는 거북이처럼

나는 정치를 싫어한다. 정치를 싫어하는 데는 기질 탓이 크다. 작게는 사람과의 복잡한 관계로 얽히는 것이 싫다.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도 싫고, 누구 앞에서 싫은 소리하기도 싫다. 또 편을 지어 헐뜯고, 올라서기 위해 누군가를 밟아야 하는 일은 더더욱 못한다. 그런 내가 남의 나라 정치판에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독일유학 시절엔, 독일 정치에 관심을, 아니 정확히 말하면 호감을 가졌더랬다. 그것은 그들의 잘 변하지 않는 조직이 부러웠기 때문이다.     

독일은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크게 사민당(SPD)과 기민당(CDU)이 주가 되는 정당체제를 갖추고 있다. 사민당은 사회주의적 자본주의를 지향한다. 즉, 사회민주주의로서의 자유, 정의와 연대, 노동자의 권익 보호 등을 주요 이념으로 삼는 서민정당이다.      

이에 비해 기민당은 2005년 이후 현재까지의 집권당이며, 자본주의 논리를 중심으로 가진 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보수정당이다. 기민당 당수 앙겔라 메르켈은 4번의 연임기간동안 경제적 불안요소를 잘 극복한 것은 물론이고, EU의 리더로서 독일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총리로 알려져 있다. 그 외에 녹색당, 공산당, 나찌당 등의 소수정당도 그들만의 정치적 색깔을 때마다 국민들에게 끊임없이 각인 시킨다.     

독일 정당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당들 본연의 색깔을 잃지 않는다. 분명한 색깔이 있기 때문에 선거철마다 불거지는 정강의 혼선도, 정치적 야합도, 그로인한 유권자의 헷갈림과 정치에 대한 불신도 적다.      

또한 정책의 지속성이 유지된다는 사실이 상당히 부러웠다. 새롭게 총리가 뽑혀도 그 전 정부의 조각을 부분적으로 유지하기도 하고, 정권교체 후 한번 조각이 이뤄지면 의회가 새로 구성될 때까지 끝까지 함께 가는 게 보통이다. 오히려 중간에 장관을 교체하는 것을 이례적인 일로 여긴다. 이런 정책의 지속성 때문에 임기동안 어떤 과업이나 실적을 만들어 내려고 발버둥치는 모습 또한 없다.          


토론을 좋아하는 독일인들     

독일 정치에 관심을 가질만한 이유는 또 있다. 독일 방송에는 정치 토론이 참 많다는 것. 각 방송사마다 매주 정치 토론이 진행된다. 주제는 한 주에 있었던 첨예화된 이슈이며, 이를 놓고 여·야 정치인들, 당의 당수 내지는 장관들은 물론이고 관련된 분야의 전문가들, 교수, 실업인과 현장에서 직접 그 이슈와 관련된 이해당사자들이 함께 출연한다.     

출연자들은 주제를 놓고 각 당의 입장, 학자로서의 이론적 견해와 현실성 여부, 이해 당사자들의 입장 등을 꼼꼼히 대변한다. 토론이 진행되는 내내 참여자들은 각자의 전문성과 논리를 이론, 통계수치와 그를 바탕으로 한 예측으로 상대방을 설득시켜 나간다.     

정치인들은 이런 토론을 즐긴다. 그 과정에서 여당은 야당을, 야당은 여당을 설득시켜 나가고, 방청객뿐만 아니라 시청자인 국민을 설득시키는 기회로 삼는다. 국민들은 이 토론에서 정치인들의 발언에 주목한다. 어떤 당의 전략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지를 찾아내고 판단한다.     

주어진 시간에 각 당의 입장을 대변하며 상대를 설득시켜야 하기 때문에 언성이 높아지기도 한다. 하지만 상대방이 나와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개인적 감정을 섞지 않으며, 정치인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지는 않는다.     

토론 문화의 발달로 독일은 무언가 한번 바꾸고자 하면 그에 대한 논쟁이 1년 넘게 가기도 한다. 법의 제정과 개정이 미칠 사회적 파장을 점검하고 또 점검하기 때문이다. 변화에 느리지만 빠른 변화로 인해 앓게 될 부작용을 최소화 하자는 것이 그들의 철학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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