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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교사 Aug 17. 2019

버스안의 단속반

"7만원 짜리 질문을 할 사람이 당신 곁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것은 버스 내 무임승차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이다.      

독일은 저녁 8시 이후를 제외하고는 앞문이든, 뒷문이든, 버스의 승·하차가 자유롭다. 버스비 결제 기계가 버스 중간 중간에 설치되어 있어 승객들 스스로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승객들 중에는 버스표(한 주, 한 달, 내지는 일 년짜리 정기승차권)를 미리 구입하여 이 기계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운전자의 일도 덜 수 있고 승차의 번잡함도 막을 수 있다. 찍힌 승차권에는 승차한 장소, 날짜 그리고 시각 등이 표시된다.      

어디든 다 마찬가지겠지만 완벽한 제도란 없는 법! 이곳에도 느슨해 보이는 법망을 악용하는 무임 승차자들이 간혹 등장한다. 이런 양심 불량자를 찾기 위해 단속반이 버스를 돌며 승객의 도덕과 양심을 달아본다.      

단속반의 복장은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사복이다. 전혀 티를 내지 않고 2인 1조로 여느 승객과 다름없이 탑승하여 앞, 뒤로 서 있다가 사람들이 어느 정도 승차권을 체크했다 싶으면 기다렸다는 듯이 단속반으로 나선다. "버스표 한번 봅시다."를 외치면서 말이다.     

이 단속반에 한번 걸리면 창피함과 함께 7만원 가량의 벌금을 내야 한다. 나는 여러 번 이런 단속에 걸린 사람들을 목격했다. 그들은 여러 사람 앞에서 고개를 떨군 채 아무런 변명과 저항 없이 단속반의 지시에 따라 본인의 신분증을 제시하였다. 그 제시된 신분증의 주소로 며칠 후 벌금통지서가 날아가게 된다.      

이런 문화에 익숙지 않은 나는 시민들에게 자율적으로 승차권을 끊게 하는 시스템을 보고 처음에 적잖이 놀랐다. 그만큼 사회적 신뢰감이 높다는 의미일 수 있고, 시민들의 준법의식과 도덕성이 높다고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재 시스템을 작동케 하는 것은 높은 시민의식 플러스, 바로 보이지 않는 통제기제였다. 시민을 존중하며 자유를 주되, 철저히 감시하고 통제하는 그들의 시스템이 이런 질서를 세우고 있었다.      

정직을 중요한 덕목으로 생각하는 독일인에게 그렇게 버스 안은 도덕과 양심을 달아보는 심판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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