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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교사 Jun 23. 2018

독일 유치원 일과 중 가장 중요한 시간은?

"오늘은 날씨가 안 좋으니 안에서 놀아볼까?"     

독일 유치원에선 결코 들을 수 없는 말이다.    

  

바깥놀이와 감기     


독일 유치원 일과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 중 하나, 바로 '바깥놀이'다. 아이들은 하루에 두 차례(아침·점심 식사 후) 한 시간씩 야외활동을 한다. 유치원 놀이터에서 그네와 시소를 타고, 모래밭에서 땅을 파고, 삽질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이렇게 매일 두 차례, 아이들은 신선한 공기, 살랑이는 바람, 따스한 햇살을 만끽한다.     

비바람이 사납게 쳐도 예외는 아니다. 눈이 와도 나간다. 여기에 열외도 없다. 유치원에 있는 아이라면 모두 나가야 한다. 이 대목에서 의문이 들 수도 있다. '몸이 안 좋거나, 사정이 있는 아이는 어떻게 하나?'

     

결론부터 말하면, 그럴 일이 없다. 이곳 부모들은 아이가 아프면 아예 보내지 않는다. 유치원이든, 학교든 말이다. '아이들이 아프면 집에서 쉬게 해야 한다'는 원칙을 철저히 지킨다. 이런 상황이 때론 유학생 부부를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우린 어떻게 배웠던가? 어릴 때부터 "학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가야 한다"고 듣고 자랐다. 어른들은 '다리가 부러지지 않는 한 학교수업을 빼먹어선 안 된다'고 말씀하셨고, 학교에서도 '우수상보다 가치 있는 게 개근상'이라며 이런 분위기를 북돋았다. 한편으론 배움을 그만큼 절실히 느끼는 시대였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이곳은 아니다. 아이가 감기에 걸리든, 배가 아프든, 어딘가 불편하면 학교나 유치원에 보내지 말아야 한다. 몸이 아픈데 억지로 조직생활을 시키는 건 아이의 체력을 빼앗는 행동으로 여긴다. 특히나 감기인 경우는 더더욱 안 된다. 다른 학생에게 전염시킬 수 있고, 기침으로 수업을 방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게 상식이며 예의이다.     


우리 부부에게 그런 문화는 낯선 것이었다. 아이가 콧물을 줄줄 흘려도 보내고, 열이 있으면 약을 먹여서라도 보냈다. 유치원 보모들은 그런 우리의 행동을 상식 이하로 여기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곤 했다.  

        

※ 이 글은 더퍼스트미디어와 오마이뉴스에 연재된 내용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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