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히 그렇다고 이야기하진 못할 것 같다. 20대 후반의 나이와 무직이라는 상황, 그리 넉넉지 않은 주머니 사정까지 뭐 하나 ‘괜찮은 것’은 없으니까. 딱히 사람들이 정해놓은 트랙에 나를 끼워 맞출 생각은 없으나 그게 내 삶에 문제를 일으킨다면 얘기가 다르다. 어쨌든 사람들이 그런 트랙을 정해놓았다는 건 대부분이 비슷한 선택을 하는 것일 테고, 많은 사람들이 고르는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이맘때쯤에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하고, 자녀를 갖는 시기 같은 것 말이다.
그런 것에 휘둘리고 싶지는 않지만 모든 것이 내 마음 같지는 않다. 나는 남들과는 달리 대학 졸업하고 바로 취준하지 않고 좀 더 내 꿈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싶으니 2년 정도는 자유롭게 하고픈 걸 한다고 치면, 그 2년 후에 나이를 이유로 세상이 나를 고용해주지 않을 확률이 높다. 그 2년이 지나고도 진짜 구직 활동을 위해선 더 준비 기간이 필요한 건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동시에 지금이 아니면 언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건지 그걸 모르겠다. 보고 싶어서 찾아놓은 영화와 드라마들, 읽고 싶은 책, 만들고 싶은 영상 소재, 가고 싶은 여행지와 공연. 이런 것들을 할 수 있는 때라는 게 과연 오기는 할까? 학생 때는 학업 때문에, 졸업한 뒤에는 취업 준비 때문에, 취업한 후에는 일 때문에, 결혼을 하면 가정이 생기니까. 인생은 지금껏 그래왔듯이, 아니 지금보다 훨씬 더 빠르게 지나갈 텐데. 나는 언제까지고 우선순위를 논하며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라는 말만 반복해야 하는 거지?
결국은 균형을 잘 맞춰보는 수밖에 없겠다. 인생 한 번이라며 현실감은 갖다 버리고 놀기만 하는 것도, 인생 길다며 남은 인생에 대비만 하다가 시간을 다 보내버리는 것도. 어느 쪽을 선택해도 무리가 있으니 최대한 후회가 안 남으려면 균형을 잡아보려 노력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고로 취준에 파묻혀 지낸 지난 몇 주의 나를 위해, 오늘 내일은 잠시 그 생각은 접어두겠다. 만들고 싶었던 영상도 만들고, 보고 싶었던 드라마도 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