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좋은 여가는 무엇일까?
대명리조트(현 소노)는 한국을 대표하는 여가 공간 중 하나다. 홍천 비발디파크만 해도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남녀노소는 물론 반려동물까지 함께할 수 있는 곳이다.
나와 사업 파트너는 가족과 함께 이곳에서 주말을 보냈다. 처음 만난 아이들은 서로 어울리며 뛰어놀고, 어른들은 대화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완벽한 가족 여행이었다.
다만, 이 여가의 방식 속에서 어떤 한계와 모순이 선명해졌다. 편안함 속에서 드는 허전함을 느끼는 시간을 통해서 우리는 진정한 여가생활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다.
예상치 못한 비가 내렸다. 아이들의 놀이 시간을 위해 고민 끝에 키즈카페를 찾았다. 엄마들 사이에서 극찬받는 곳이라 기대했지만, 생각보다 좁은 공간에 놀이 기구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공기가 잘 순환되지 않아 비염이 심해지고, 눈은 침침해졌다. 아이들은 마치 환각 상태처럼 빠른 템포의 환경 속에서 넋을 놓고 놀았다.
우리(어른들)는 편했다. 키즈카페의 본질적인 매력은 바로 거기에 있다. 아이들은 바쁘게 놀고, 부모들은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다. 우리도 대화를 나누었고, 주변의 대부분의 부모들은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 순간, 묘한 감정이 나와 파트너를 지배했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소비되는 여가, 분리되는 가족>
한국식 가족 여가 문화에서 키즈카페는 대표적인 문화시설이다. 한국의 키즈카페는 해외로 수출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키즈카페는 숏츠 같은 도파민 중독과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강한 자극, 빠른 전환, 속도 있는 템포의 가요, 순간적 몰입. 하지만 지나고 나면 허전함이 남는다. 부모와 아이가 물리적으로는 함께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분리된 채 시간을 소비한다.
긍정심리학과 여가학을 전공한 나의 파트너(김정운 교수의 제자)는 이러한 여가 문화가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삶의 질은 결국 여가에서 결정되거든. 그런데 우리는 여가조차도 극단적인 소비 형태로 만들고, 가족조차 분리된 상태에서 그것을 받아들이고 있어."
한 때, 주말마다 아들과 키즈카페를 간 적이 있다. 분당과 동탄까지 거의 대부분은 키즈카페를 경험한 것 같다. 주말이 끝나고 나면, 키즈카페에서의 시간은 묘한 죄책감을 남겼다. 아이는 신나게 놀았으니 됐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나와 아들이 ‘함께’한 기억은 많지 않다. 우리는 과연 제대로 된 여가를 보낸 것일까?
<여가,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우리는 여가를 통해 쉬고 싶어 하지만, 정말 우리를 쉬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여가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여가학을 탐구한 적은 없지만, 좋은 여가를 위해서 고민해 보았다.
1. 함께하는 경험, 놀이를 소비하지 말고 창조하자.
부모와 아이가 함께할 수 있는 활동을 고민해야 한다. 주말마다 요리를 하거나, 태안 갯벌에서 조개를 함께 잡으며 자연 속에서 탐험하는 시간을 갖는 것. 부모가 아이를 맡기는 여가가 아니라, 같이 경험하고 성장하는 여가가 되어야 한다.
2. 디지털에서 벗어나기,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기.
나도 사실 핸드폰을 손에서 놓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만큼은 화면이 아닌 얼굴을 바라봐야 한다. 우리는 이제 익숙해진 ‘핸드폰 속 여가’에서 벗어나야 한다.
3. 놀이의 의미를 다시 찾다.
놀이와 여가는 단순한 시간 때우기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을 자유롭게 하고, 창의성을 자극하는 활동이다. 부모도 놀아주는 입장이 아니라, 함께 놀면서 배우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4. 여가, 소비가 아닌 관계로
지금의 여가는 철저히 개인화된 소비다. 하지만 원래 여가는 공동체적이었다. 마을 축제, 가족 캠핑, 이웃과 함께하는 시간. 우리는 너무 개별적인 소비에 익숙해졌다. 다시금 함께하는 여가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여가를 통해 무엇을 얻고 있는가?>
이번 여행은 나에게 중요한 질문을 남겼다. 우리는 여가를 통해 무엇을 얻고 있는가? 단순한 휴식인가, 아니면 관계와 사랑을 쌓는 시간인가?
한국의 여가 문화는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관계를 어떻게 맺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여가는 단순한 소비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누구인지, 어떻게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우리는 이제 여가를 통해 다시금 가족의 의미를 되찾아야 한다.
이제부터는 자본주의에 물든, 찌든 삶에서 도파민 폭식으로 이끄는 여가가 아닌 진정한 관계와 사랑으로 이어지는 여가를 위해서 깨어나고 노력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