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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성공이란 무엇인가?

윤리학으로 접근하는 성공

by 권사부

오늘 아침, 아들을 등원시키고 회사로 향하는 길에 다양한 비매너 운전자들을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 중 고가의 차량이 신호를 무시하고, 끼어들기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며, 그의 사회적 성공이 도덕성과는 무관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 장면은 지금의 우리 사회가 얼마나 도덕적 기준과 물질적 성취 사이에서 괴리를 겪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과연 성공이란 무엇인가. 높은 지위와 많은 부를 획득하는 것만이 아니라, 타인을 배려하고 공동체에 기여하는 삶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지금 추구하는 방향이 과연 인간적인가 하는 질문이 남는다.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좋은 삶이란 단순한 쾌락이나 부의 축적이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덕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보았다. 인간은 홀로 존재할 수 없는 존재이며, 진정한 행복은 용기, 절제, 정의와 같은 덕을 통해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지금의 현실은 그와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서로를 짓밟으며 앞서가는 구조, 누군가를 배려하거나 공동의 이익을 고려하는 태도는 오히려 비현실적이고 비효율적인 것으로 취급받는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성공의 기준이 사실은 인간적인 삶과는 멀어진 것이라면, 지금 다시금 그 기준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제러미 벤담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공리주의 원칙을 말했지만, 그 말은 단순한 수치놀이가 아니다. 나의 선택과 행동이 얼마나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는 요구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나 하나 잘살면 된다는 태도, 내 가족만 책임지면 된다는 논리가 너무 쉽게 퍼져 있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소외되는 사람들, 경쟁에서 밀려나는 이들, 그리고 그런 이들을 보며 스스로를 방어하듯 더 이기적으로 살아가는 악순환. 타인의 고통을 기반으로 세워진 성공은 결국 나에게도 공허함만 남길 뿐이다. 공리주의의 정신은 공동체와의 조화를 전제로 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 감각을 너무 오랫동안 잃어버렸다.

칸트는 인간을 단지 수단이 아닌, 목적 그 자체로 대하라고 말한다. 모든 사람은 존엄성을 지닌 존재이며, 어떤 상황에서도 도구로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사람을 성과, 계급, 소유한 자산으로 판단한다. 어느 순간부터 사람은 사람이 아니라 브랜드가 되었고, 존중은 그 사람의 진심이나 도덕성과는 무관하게 가격표를 따라가게 되었다. 인간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여기는 풍조는, 결국 우리 모두를 피로하게 만든다. 내가 언제 누군가에게 소모품처럼 취급받을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서, 인간다움은 점점 퇴색된다.

찰스 테일러는 자아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고 본다. 나는 나 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 속 언어와 상호작용을 통해 구성된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 언어를 우리에게 주입하고 있는가. 더 가져야 하고, 더 빨리 도달해야 하며, 남보다 앞서야 한다는 강박이 자아 형성의 기준이 되고 있다. 그러한 환경 안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비교하게 되고, 자신을 깎아내리며, 타인을 적대적인 경쟁자로 바라보게 된다. 건강한 자아는 건강한 공동체 속에서 가능하다. 그렇기에 지금의 경쟁 중심 사회는 우리 모두의 자아를 병들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우리는 물어야 한다. 어떤 사회가 진짜 좋은 사회인가. 어떤 사람이 진짜 존경받을 자격이 있는가.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이런 질문들은 교과서 속 윤리 개념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삶을 결정짓는 기준이다. 도로 위에서, 회사 안에서, 친구와의 대화 속에서 우리는 이 질문들과 부딪힌다. 하지만 질문을 회피할수록, 사회는 더 각박해지고, 삶은 더 피폐해진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이 반복되면, 결국 우리 모두가 그 무책임의 결과를 함께 떠안게 된다.

이제는 '성공'이라는 단어를 다시 정의해야 한다. 얼마나 많이 가졌는가보다, 얼마나 함께 나누고 있는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그 변화는 거대한 제도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내 말 한마디, 내 행동 하나에서부터 시작된다. 나부터 바뀌지 않으면, 세상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생각해야 하고, 성찰해야 하며, 철학해야 한다.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타인을 존중하고, 사회에 기여하며, 자기 삶의 의미를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진짜로 잘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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