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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상혁 Sep 08. 2023

모든 처음이란 설레고 떨린다.

2. 일상의 평온함을 바라며.

첫 번역서를 출간했다. 자잘한 번역들은 많이 해봤지만, 단행본으로 출간을 하게 된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번역을 의뢰받은 것은 1년 전이고, 작업을 시작해서 마치기까지 반년 넘게 걸렸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근대 일본어라 생각보다 많이 어려웠다.


90년 전에 일본에서 사용한 말들이라,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 말들이 많았다. 일본인 지인들에게 자문을 구해도 해석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 나는 원서를 앞에 두고 번민하는 날들이 많았다.


오로지 글에만 집중하지 못하는 사정이 있어, 번역하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려 애를 먹었다.


갈급하고 답답했으며 무엇보다 허공에 손을 짚고 있는 것처럼 초초하고 불안한 마음이었다.


초안을 넘기고 여러 차례 수정 검토를 거치면서 공부를 많이 했다.


일본어 공부는 물론이요, 문장 공부와 더불어 궁금했던 역사와 예술을 만났고 그러다가 나 자신의 심연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문득, 더 힘을 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약 100년 전 일제 강점기의 '조선인 무용가'라는 생각에서, 폭풍 같은 시대를 건너 '자신만의 예술 혼을 만들어간 예술가'를 만나게 되어 나는 무척이나 가슴이 뛰고 설렜다.


처음이란 늘 이렇다.


두근거리고, 화끈거리고 그러면서도 달뜬 마음에 홀로 미소 짓고는 멋쩍어하는, 그렇게 얼굴을 엷은 분홍 물감으로 물들이는, 그래서 잊지 못하는 처음.


번역은 또 다른 창작이라고 한다. 번역하면서 그 말에 깊이 공감했다.


이제 내 첫 번역서가 세상과 만난다.


부디, 넓은 세상에서 많은 사람들과 인연이 닿기를 바라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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