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레드에 남긴 일상思 - 생각일기
많은 글을 접하다 보면 생각의 편중을 보게 된다. 각자의 가치관이 다르고, 이해관계가 다른 삶을 살다 보니 어떤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서로 다른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글이, 주장이 대중적인 설득력을 가지려면 보편 타당성을 갖추어야 한다.
차를 개발할 때는, 사용자의 다양한 운전자세는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어떤 차는 운전석에 앉으면 차가 몸에 착 감기는 느낌이 있다. 어떤 차는 어떻게 자세를 조절해도 몸과 차가 따로인 느낌이 든다. 스티어링의 위치, 페달의 위치, 미러의 위치와 시트의 조절범위가 이루는 상관관계의 미묘한 차이가 있다. 자동차 개발에서 이런 걸 다루는 것이 패키지 레이아웃 디자인이다. 얼마나 넓은 범위의 운전자를 만족시키는 패키지를 만들어 내는가는 온전히 그 회사의 실력에 달려있다.
패키지 레이아웃을 디자인할 때 기준을 삼는 것이 있다. 바로 인체표준 치수이다. 한국인을 고려할 때는 KM95 마네킨을 기준으로 한다, 미국인을 고려할 때는 AM95 마네킨을 기준으로 한다. 이때 숫자 95는 정규분포의 95 분위를 의미한다. 한국인 100명 중 95명의 범위 안에 드는 신체 특징을 반영한 마네킨이 Korean Manneqin 95이다.
참고로, 한국은 "사이즈코리아"라는 기관에서 정기적으로 이 Data를 확보해서 공유하고 있다. 2-2023년 기준 한국인 20세 ~ 70세의 신장(키) 95 분위는 153~180cm이다.
내 주장이 보편 타당성을 가지려면,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의 95% 정도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할 때 보편타당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의견이 같다가 아니라, 그럴 수도 있다고 인정하는 것)
Chat GPT를 필두로 AI(인공지능)이 우리 삶에 성큼 들어온 2023년, 이런 생각을 했다.
이 시대 보편 타당성을 인공지능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서로 첨예하게 대립되는 의견 충돌의 상황에서, AI에게 질문을 던진다면, 생성형 AI는 자신이 학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장 중립적인 의견을 기준으로 답을 낼 것이다.
내가 던진 화두를 AI에게 묻고 그 답변에 내가 수긍할 수 있다면, 내 생각은 보편타당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AI의 신박한 용도이다. 특히나 요즘같이 각종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할 때 한 번쯤 판관으로 AI를 대동해 보는 건 어떨까?
보편타당성의 기준을 95 분위 제시하고 보니, 그건 좀 가혹하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이라는 게 인체치수처럼 물리적으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니까)
좀 양보해서, 어떤 생각을 주장할 때, 어젠다를 바라보는 나의 관점이 68 분위(표준편차 1σ) 안에는 들어오는지 점검해 볼 것을 제안한다.
내 의견에 적극 동조 하는 지지층을 제외하고, 반대편에 선 사람들 중 34% 정도는 수긍할 수 있는 주장을 하고 있는지 반문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