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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송곳 May 08. 2023

<남친을 화분에 담는 방법>

밀리에디터클럽: 기기괴괴 공모전 TOP1 고르고, 다음 에피소드 구상하기

본래 나는 공포 소설이나 그로테스크한 종류의 글, 만화를 읽는 것을 즐긴다. 공포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갈등의 근원에 자리하는 본질적인 감정이다. 고전적인 공포영화인 <장화홍련>, <여고괴담 시리즈>에서도 모녀/친구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 혐오의 대상이 된 약자의 복수가 모티프로 활용됐다. 갈등으로 인해 짓눌린 분노, 우울, 격정의 집합체는 ‘공포’라는 감정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밀리 기기괴괴 공모전에도 현재 사회에서 대두되는 갈등을 공포로 풀어낸 소설들이 눈에 띄었다. 13편의 소설 중 특히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은 한국 사회 특유의 경쟁적인 분위기, 타자에 대한 무관심을 풍자한 <관 없는 사람들>, 사각지대에 놓은 청소년을 소재로 한 <남친을 화분에 담는 방법>, 학교 폭력 피해자의 이야기인 <아홉 개의 꼬리>, 옆집 여자와의 여성 연대를 다룬 <친절한 딸들>이었다. 그 중에서 내가 뽑은 TOP1은 <남친을 화분에 담는 방법>이다. 




1. 어째서 남친을 화분에 담아야 했을까? (인상적인 제목과 도입부)

-우선 <남친을 화분에 담는 방법>은 제목부터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시선을 이끈다. -마치 독자에게 말을 건네는 듯한 도입부도 인상적이다. 


안녕 ? 이렇게 나를 만나러 와줘서 반가워요. 어디에서 오셨는지는 몰라도 몰골이 참 말이 아니네요. 어떻게 하면 몸에서 비 맞은 걸레 냄새가 날 수 있는 건가요 ? 미안하지만 옷은 현관문 밖에다 걸어주세요. 요즘 날씨가 추워서 환기하려면 짜증이 나거든요. 아, 뭐라고요? 웃기지 마요. 그쪽 옷이 젖건 말건 내 알 바 아니잖아요. 애초에 이 냄새가 누구한테서 나는 건데요. 



2. 어디서도 사랑받지 못해 떠도는 자아/16살 소녀(캐릭터 분석)


-이 작품의 주인공은 사각지대에 놓인 16살 소녀다. 


-학교도 가지 않고, 성인 남자와 원조 교제를 하고, 심지어 소녀의 엄마가 원조교제를 방관할 정도로 주인공은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다. 주인공은 미성년자와 성인남자와의 사랑이 비정상적인 관계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강하게 집착한다. 급기야 원조교제 대상(남자친구)의 반지에 새겨진 다른 여자의 이니셜을 보고, 남자친구의 바람을 확인한 뒤 그를 죽이겠다고 결심한다. 결국 주인공은 신림동 원룸텔에 침입해서 남자친구를 잔인하게 토막내어 살해한다.


-밀리 에디터 클럽의 추천도서 <문제적 캐릭터 심리 사전>을 읽으며, 주인공은 경계선 장애가 있는 인물이라고 추측했다. 책에 따르면, 타인으로부터 버림받는 두려움, 양육(부모의 학대), 특히 자녀를 감정쓰레기통으로 삼는 정서적 학대는 자녀의 자아상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주인공은 부모에게 정서적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자랐고, 애정이 결핍되었기에 성인 남자친구의 사랑에 집착하는 측면에서도 경계선 장애에 부합한다. 


-주인공 엄마의 ‘탓하려면 네 아빠를 탓해라. 나도 살림을 다섯 개나 더 차리고 있었다는 걸 몰랐으니까’라는 대사에서 아빠가 바람피고 집 나간 사실을 알 수 있다. 정서적 사랑이 결핍됐기 때문에 타인의 사랑에 집착한다고 추측할 수 있다. 


-사랑받지 못한 유년시절은 현재의 자기혐오로 이어진다. 

아….아저씨 저는 왜 아무리 연애를 해봐도 똑같은 결말을 맞게 되는 걸까요 ? 제가 만나는 남자들은 머릿속에 절 어떻게 한 번 해보려는 생각밖에 없어요. 그나마도 몇 번 만난 뒤엔 바람을 피우기 일쑤고요. 처음엔 배신감에 어떻게든 복수해야 겠다는 생각만 들었는데, 같은 일이 되풀이되니 저에게 여자로서 매력이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어요. 그게 얼마나 자존심 상하는 일인지 아세요 ? 아저씨가 보기에도 제가 그렇게 별로인가요?


- <문제적 캐릭터 심리사전>에서 서술한 경계선 장애 환자의 특징-

1)‘불안정한 자아상과 만성적인 공허감에 충동성이 더해 자신에게 파괴적인 일을 감행하기도 한다‘, 

2)‘경계선 성격 장애의 인물이 의지하던 이성과 헤어진 후 심각한 우울과 현실인식 장애로 심리적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은 주인공의 살해동기를 완벽하게 설명한다. 주인공은 끊임없이 애정을 갈구하는 밑 빠진 독과 같은 인물이다. 그런데 자신에게 애정을 주어야 할 대상인 남자친구의 외도는 주인공에게는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잘못이며, 명백한 살해 동기다.  




3. 마침내 남자친구를 화분에 심다 (결말)


그래요, 아저씨. 왜 <화분>이란 노래에 내 마음이 끌렸던 건지 알겠어요. 남자 친구를 화분에 담아버리면 되는 거였어요. 바람을 피우는 나쁜 본성이 있다면 그걸 잘라내 버리면 되는 거겠죠. 그이를 내 방의 화초로 만들어버릴 거예요. 예쁜 화분과 꽃병을 사서 볕 잘 드는 창문가에 놓아두고 아침마다 신선한 이슬을 받아 꽃봉오리에서부터 부어줄 거예요. 손톱달이 뜨는 날엔 밤새도록 대화를 나누고, 새벽녘에 해가 떠오르면 함께 테라스로 나가 와인을 기울일 거예요. 당장은 팔다리가 잘려 나가는 게 아프겠지만 곧 사랑으로 이해해 주겠죠.

 

-주인공은 <인체 해부학 실습서>를 참고해 남자친구를 살해할 계획을 세운다. 남자친구의 신체는 잔인하게 잘라져 분해되고, 그는 죽어서 화분에 심어져서야 비로소 완벽한 애인이 되었다. 


-(주인공의 착각인지, 실제인지는 모르겠으나) 남자친구는 주인공의 피를 먹고 자란다. 주인공이 피를 반 컵 정도 담아 화분에 뿌리자 이틀 후 화분에 널어 두었던 남자친구의 얼굴가죽에 수염이 자라있다.  




4. 후속 이야기

<남자친구를 화분에 담는 방법>의 후속 이야기가 전개되려면 2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조건1. 남친을 화분에 심은 이후에 주인공이 통제할 수 없는 기이한 일이 발생해야 한다. 스토리 전개상 새로운 위기를 촉발하기 위함이다.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해 또 한 번의 살인을 새로운 위기로 설정했다.

조건2. 주인공과 조력하거나 대척점에 선 새로운 인물의 등장이 필요하다. 


이 두 가지 조건들을 만족시키며 <남자친구를 화분에 담는 방법>의 후속 이야기 로그라인을 작성해봤다. 


로그라인 : 

-남자친구를 살해한 뒤 6개월의 시간이 흐르고, 주인공의 상처도 아물어가는 듯하다. 살인의 추억은 마음 속 깊은 곳 상흔으로 남아 이따금씩 악몽으로 주인공을 괴롭힐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늦은 새벽에 거리를 걷던 주인공은 한 여자아이가 성폭행 위협을 받고 있는 현장을 목격한다. 가해자인 남자는 여자아이의 머리채를 잡고 클럽안으로 끌고 간다. 주인공은 여자아이를 도와주려 클럽으로 잠입한다. 남자의 뒤에서 ‘둔부를 가격해 정신을 잃게 해야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방문을 열었더니 남자는 이미 살해된 상태. 여자아이는 만족스럽다는 미소를 띄고 있다. ‘뭘 봐, 사람 죽은 거 처음 봐?’라는 시크한 대사와 함께 여자아이는 사람을 죽였다는 일말의 죄책감조차 들지 않아 보인다. 주인공은 단숨에 여자아이가 자신과 같은 부류의 인간임을 인지한다. 두 명의 소녀는 죽은 남자의 시체를 토막 내어 클럽 뒤의 으슥한 공터에 묻기로 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비가 오는 날마다 무성한 잡초 속에서 죽은 남자가 자라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자그마한 신체의 일부였던 것이 꿈틀대며 인간의 형체로 변해간다. 


-여자아이의 이름은 하영이다. 사채업자인 남자는 하영의 집에 돈을 빌려줬다는 명목으로 하영을 수차례 성추행, 성폭행해왔다. 하영과 주인공은 서로의 아픔을 알아보고, 금세 친구가 된다.  


-한편, 주인공은 우연히 동네카페에서 남자친구가 바람을 폈던 대상인 지윤을 조우한다. 지윤의 전공서적에 적힌 JY라는 이니셜을 보고, 이전에 남자친구의 반지에서 봤던 이니셜과 동일함을 본능적으로 직감한다. 남자친구의 신림동 원룸에서 인화된 그녀의 사진을 본 적이 있던 주인공은 지윤이 남자친구가 바람 폈던 여성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지윤에게 주인공이 말을 걸려고 하는 순간, 그녀의 등 뒤에서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 출몰한다. 바로 죽은 남자친구다. 남자친구를 담은 화분이 사라진 후, 단지 태풍으로 인한 바람이 심하게 불던 날 화분이 창 밖으로 떨어진 것뿐이라고, 잘게 잘린 남자친구는 흙에 묻혀 분해되어 빗물에 휩쓸려 떠내려갔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신이 죽인 남자친구가 버젓이 살아 돌아오다니! 주인공은 말할 수 없는 공포감에 휩싸인다. 설상가상으로 지윤에게 이 상황을 설명해보지만, 지윤은 말도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주인공을 정신이상자로 취급한다. 주인공과 하영은 어떻게 자신들이 살해한 남자들이 살아 돌아온 위기 상황을 타개해 나갈 것인가? 





*<남친을 화분에 담는 방법> 및 기기괴괴 공모전 선정작들은 밀리의 서재를 통해 읽으실 수 있습니다. 

 

#밀리의서재 #밀리에디터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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