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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을 시작하며

선생님, 글이 쓰고 싶었어요

by 권용진

책과 글을 읽는 걸 참 좋아하던 고교시절, 싸이월드 다이어리에 이런저런 글을 쓰면서 즐거움을 느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독히도 낮게 나오던 언어영역 등급 때문에 작가는 상상도 하지 못 했다. 대학생이 되고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싸이월드에 적기 시작하면서 내가 글 쓰는 걸 참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하루에 몇 명 올까 말까 한 나의 미니홈피에 있는 글은 주로 일기나 스크랩에 가까운 글들이었다.


페이스북으로 패러다임이 옮겨진 후에는 장문의 글 쓰기가 워낙 어려워진 탓에 가벼운 글 일상 글들을 위주로 쓰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국을 방문하면서 정말 오랜만에 후배를 만나게 되었는데, 내가 짤막하게 쓰는 글들을 통해서 간접경험도 하고 많은 정보를 얻고 있다고, 퀀트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는 글을 올리면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하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만 해도 퀀트와 투자은행에 대한 체계적인 자료가 전무하던 시절이어서 내가 정보를 찾을 때 굉장히 고생했었던 기억이 났다. 결국 짤막한 소개글을 하나 올리게 되었다.


하지만 글이라는 것은, 내가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더 강력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퀀트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고등학생부터 대학원생 직장인까지 많은 분들이 질문을 해오셨다. 어떤 대학생은 그 글을 보고 진로를 바꾸었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직접 뉴욕에 찾아와서 함께 커피를 마셨다. 워낙 숫자가 적은 퀀트 업계에서도 생각보다 많은 선배님들을 글을 통해 만날 수 있었다. 가볍게 이야기 한 하루 일과, 일상도 다른 사람에겐 아주 좋은 간접 경험이었단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 이후 나는 글을 쓰는 즐거움에 푹 빠졌다. 다른 사람들이 나의 이야기를 통해 즐거워하고 새로운 지식을 쌓았다는 건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언젠가 나의 글들을 모아서 책을 내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기회가 되면 '플래시 보이즈' 같은 소설도 써보고 싶다. 바쁘고 적당한 공간이 없다는 핑계로 미루던 나에게 체계적으로 글 쓸 공간을 주는 브런치가 생긴 건 신기한 인연인 것 같다. 브런치를 알려준 사람도 예전 글을 봤던 사람 중 하나이다.


하고 싶은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일단 첫걸음으로 퀀트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다. 퀀트가 무엇인지, 어떤 삶을 사는지, 내가 퀀트가 되고 헤지펀드에 들어오기까지지 있었던 일들, 그리고 다양한 가십들. 전문적인 내용보다는 아무런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있는 아주 기초적인 내용부터. 아직 4년밖에 안된 햇병아리라 대선배님들이 보시기엔 모자라고 틀린 점도 많겠지만, 6년 전 다음 카페 글을 보고 진로를 정했고 댓글 하나에도 큰 도움이 되었던 나처럼 누군가에겐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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