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광수 Jul 10. 2024

백만장자의 습관「Millionaires Habit」

내 인생에서 돈은 어떤 의미일까?(feat, “얼마면 만족하겠니?")

  번역 후기라기보다 이 책을 번역하면서 든, 돈과 관련한 나만의 생각을 두서없이 적어보려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만큼 상대적인 재화도 없는 것 같다. 아마도 돈에 부여하는 가치가 사람마다 크게 다른 탓일 것이다. 사람의 생각과 가치가 서로 다른 이유가 살아온 환경 탓인지 아니면 사회생물학자들의 주장처럼 유전자에 크게 기인하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유전자가 유사한 형제들 사이에서도 돈에 집착하는 정도는 천차만별이다. 얄미운 인간이 꼭 하나씩은 있다!

  한때 파이어족이라는 단어가 크게 유행했고, 지금도 잔잔히 진행 중이다. 파이어(FIRE)란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의 약자로서, 말 그대로 경제적 독립과 조기 은퇴를 의미한다. 젊은 나이에 많은 돈을 벌어서 되도록 일찍 은퇴하고, 원하는 일을 하며 즐겁고 여유로운 여생을 보내자는 것이 파이어족의 목표이다.

  

  이번에 번역한 ‘백만장자의 습관(가제)’은 되도록 일찍 파이어족에 이르기 위한 전략을 주로 미국의 금융 시스템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금융이 세계화한 지 이미 오래이니 미국 금융 중심의 설명이라 한들 우리에게 특별할 것도 없고, 미국에 있는 상품이 이미 우리에게도 있으며, 게다가 서학개미들은 미국 시장에서 열심히 먹이를 모으고 또 털리고 하는 중이다. 이 책의 저자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서 같은 엔지니어 출신인 아내와 전략적으로 돈을 모아 삼십 대 중반에 은퇴했다. 그리고 고급 RV를 타고 3년 동안 미국 전역을 여행하다가 어느 사막 근처에 에너지독립형 주택을 짓고 정착했다.      

  

  저자의 인생을 따라가다 보니 나는 그동안 무슨 생각으로 살아왔는지 자연스레 반추하게 되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돈이 없으면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부부가 싸우고 이혼하는 이유도, 가장이 부모와 자식에게 미안한 이유도, 좋아하는 골프를 자제해야 하는 이유도 돈 때문인 경우가 많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분명히 필요하다. 

  하지만 필요한 것과 중요한 것은 엄연히 다르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돈이지만, 나에게 중요한 것은 가족과 건강과 나의 인격과 품위, 그리고 좋은 사람들이다. 나의 가치관은 일찌감치 이런 중요한 것들 위주로 형성되었다. 타고난 유전자의 영향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요즘 유행하는 성격 유형으로 INFJ(I와 E가 오락가락하지만, F는 굳건하다)에 속하며, 사춘기 이후로 내 것에 크게 집착했던 기억은 별로 없다. ‘조금 손해 본다’는 생각으로 살라는 부모님의 가르침과, 그리 넉넉지도 크게 부족하지도 않았던 삶이 환경적 원인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나이가 쉰을 넘고 자식이 대도시로 유학을 떠나고 집도 조금 더 큰 곳으로 늘리고, 그렇게 지출이 늘어나면서 돈의 압박이 점점 커졌다. 그동안 필요하다고만 생각했던 돈이 이제는 무척 중요해진 듯한, 가치의 혼란마저 느낀다. 이제야 경제적 철이 드는 건가?     


“늘 이렇게 쪼들리며 살아야 하나?”

“나는 왜 돈을 모으지 못했을까?”

“노후를 생각해서 더 많은 돈을 벌 궁리를 해야 하지 않나?”

“돈 되는 다른 사업을 해 볼까?”     


  ‘백만장자의 습관’을 번역하면서, 돈이 없는 사람에게는 돈이 없을 수밖에 없는 습관이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이 책에서는 급여를 더 많이 받는 방법과, 이 급여를 분산하여 투자와 같이 유익한 곳에 먼저 지출하고 남은 것에 한해 소비하라고 가르친다. 물론 유익한 투자처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방법도 담겨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나의 관심을 사로잡은 대목은, 다음 달에 들어올 돈을 이달에 미리 소비하는 것이야말로 최악의 습관이라는 부분이었다.     

  소름이 돋았다. 사실 나는 거의 평생을 다음 달과 그다음 달, 혹은 일이 년 뒤의 수입까지 끌어당겨 이달에 지출하며 살아왔다. 일단 빌려서 쓰고 열심히 갚으면 ‘내 것’이 된다는 주의였다. 빚이 많으면 아무래도 지출을 삼갈 테니 말이다(그런데 지출은 계획보다 습관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듯하다). 아무튼 집도 차도 그렇게 사서 열심히 갚으며 살다 보니 어느새 아파트와 자동차를 몇 차례 갈아치웠다. 하지만 늘 쪼들리면서 사는 건 변함이 없다. 수입이 나쁘지 않은데도 나가야 할 돈이 거의 절반이다. 내가 자초한 매우 단순한 재산 형성 방식이기는 하지만, 미래의 수입까지 앞당겨 지출하고 나니 당연히 살림은 빠듯하고 목돈이 필요한 일이 생기면 바짝 긴장한다. 그래도 요즘처럼 매달 적자인 때에도 부모님 생활비는 반드시 챙기고, 좋은 사람들과의 식사 자리에서도 가능하면 계산을 하는 편이다. (굳이 나를 빗댄 말은 아니지만, 오래전의 회식 자리에서 어느 현실주의자가 “계산은 꼭 거지들이 하더라.”라고 비아냥거린 적이 있었다. 가까운 친구들의 모임에서 농담으로 한 말이지만, 나는 지금도 그 말이 잊히지 않는다. 그리고 그 친구가 부모의 생활비는 잘 챙기는지 궁금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연인으로서 살아갈 계획이 아니라면 재산 형성에 관한 책을 몇 권 정도는 미리 읽어두는 게 좋을 듯하다. 천민 자본주의로 점점 다가가는 현실에서 이런 책은 일종의 금융 맵과도 같다. 미리 지식을 갖추고 이미 그 길을 걸은 사람들의 경험을 짚어본다면, 아무래도 경제적으로 조금 더 효율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관점의 비교는 자신의 철학을 개선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경제 앞에서 무슨 철학 타령이냐고 할는지 모르지만, 이성적인 철학과 가치관이 버팀목이 되어 준다면, 물질 앞에서 조금 더 주인 노릇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