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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광수 Feb 23. 2023

팔순의 눈

(치매에 걸린 부친을 씻기며 보낸 시간들)

반백의 아들 손에 몸 구석구석을 맡긴다

팔을 놀리느라 아들은 숨이 딸리고

맡긴 쪽은 맡긴 대로 힘에 겨웁다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아들은 제 몸뚱이를 챙기느라 샤워대로 향한다

그러다 문득

눈에 들어온 노인의 시선


당신은 텅 빈 출입문을 응시한다

오십 년을 집 다음으로 자주 찾은

낡은 목욕탕

몇 차례의 수리와 몇몇의 새주인을 거치며

목욕탕도 반백년을 살았다


허나, 당신의 공허한 눈에서는

한 가닥의 생각조차 보이지 않는다

팔십 평생이 오롯이 녹아든 깊이라

오십의 경지로는 범접조차 못하는 것인지

서서히 찾아든 머리의 병이

눈빛조차 허망하게 만든 탓인지


그렇게 아들은

그런 아버지의 초점 없는 시선을

또 한 번 설명하기 어려운 마음으로

먹먹히 바라보고 섰다


어려서 당신과의 살가운 기억이 많지 않은

반백의 아들은

훗날의 미련을 지우느라

오늘도 추억놀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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