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김정원 피아노 리사이틀 관람 후기
김정원 피아니스트님의 리사이틀, Minor Light 후기입니다.
연이틀 쨍하게 맑고 추운 날씨가 공연날 아침까지 이어졌지만, 오후부터는 추위의 위세가 조금 누그러졌습니다. 유달리 더웠던 지난여름의 기억이, 이 겨울의 추위를 더 유난스럽게 느끼게 합니다.
누가 저에게 젊은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러겠느냐고 물으면 선뜻 대답을 못할듯합니다. 그 시절의 고뇌와 번민, 애끓는 아픔의 기억이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젊음은 그 어려움이 있기에 더욱 찬란하게 기억되기도 합니다.
별이 짙은 어둠 속에서 더 잘 보이듯 많은 것은 서로 대비될 때 더욱 도드라져 보입니다. 이날 연주회의 구성도 밝음은 어두움을, 또 강렬한 포르테와 잔잔한 여림의 대비로 고요는 포효를 돋보이게 했습니다.
1부에서는 다소 정적이고 몽환적인 모차르트의 환상곡 두 곡 사이에 잘 땋은 소녀의 머리처럼 싱그러운 소나타 10번이 배치되어 그 자체로도 대비가 이루어졌습니다. 정원님의 현재 상황에서 C장조의 맑고 통통 튀는 곡을 연주하는 것이 쉽지 않으셨을 터인데, 온몸의 기운을 모아 그 느낌을 표현하시는 모습에서 절절함도 느껴졌습니다.
2부에서는 쇼팽 녹턴 27번의 두 곡에서 시작된 서정이 소나타 2번으로 이어져 격렬한 분출과 고요, 슬픔이 어우러지면서 2부 전체가 하나의 분위기에서 버무려졌습니다.
이 6곡의 세부로 하나하나 들어가면 다시 그곳에 여러 가지 감정이 섞여있어 프렉탈 구조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의 개인적 취향으로는 그 6곡 중 5번째로 연주된 쇼팽의 녹턴 27-2번이, 베토벤 황제 2악장과 더불어 가장 김정원님의 서정적인 스타일을 잘 표현하는 곡이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정원님이 소년 시절에 용돈을 모아 처음 산 클래식 테이프였다고 말씀하신 쇼팽 소나타 2번은, 어린 김정원 소년이 그러했듯, 이날 연주를 들은 청중들에게도 감전되는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특히 2악장 비바체 부분에서는 눈으로 손가락을 따라가기도 힘들 정도의 빠른 템포를 격정적으로 연주하셨고, 3악장의 잔잔한 부분에서는 호흡이 정지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장송행진곡이라는 별명이 붙었다는 이 곡은 여러 느낌이 공존하는데, 슬픔과 따뜻함, 희망과 안으로 삭이는듯한 감성이 교차합니다.
김정원님은 열정적인 부분에서는 온몸의 진동이 느껴질 정도로 격정적으로, 또 잔잔한 부분에서는 건반으로 빨려 들어갈듯한 집중력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 후 앙코르를 무려 세 곡이나 연주하셨는데, 아버님과의 추억을 유머스럽게 얘기하셨지만, 그 속에 그리움과 사랑이 가득 담긴 쇼팽의 환상곡과 찬송가 ‘저 높은 곳을 향하여’를 연주하실 때는 정원님도, 관객들도 눈물이 차올랐을 것입니다. 실제로 공연 관람을 마치고 나가는 관객들 중에는 눈시울이 붉어진 분들이 꽤 있었습니다.
연주회를 마치고 이어진 사인회에는 구름같이 많은 팬들이 줄을 섰는데, 손도 아프시련만 미소를 잃지 않고 다정한 대화도 나누면서 일일이 사인을 해주시는 모습이 감동적이었지요.
고교생이라는 정원님의 아드님도 사인을 받았는데, 훤칠한 훈남이었고요. 재밌는 것은 정원님의 어머님이신 이금림 여사님도 줄을 서셔서 사인을 받으신 것입니다. 잘 들리진 않았지만, 정원님께서 “저한테 왜 이러시는 거예요.”라고 하셨던 듯합니다. ^^
연말에 연주회를 갖는 정원님께 이날의 연주회는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시간을 맞이하며 매듭 하는 나이테 같다는 느낌을 갖게 했습니다. 특히 정원님의 12월은 cbs FM '아름다운 당신에게' 방송 진행을 하시면서 전국 5곳의 연주회로 무척 바쁜 시간에, 정서적으로는 가장 힘든 이별을 하셨던 기간이었을 것입니다. 어쩌면 그런 모든 것을 같이 정리하는 시간이어서 이날의 연주회가 더욱 의미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한편, '아름다운 당신에게'의 이덕우 PD님도 뵐 수 있어 반가웠고요, 그동안 오전 시간의 마티네에 못 오셨던 분들을 비롯해 많은 '아름다운 당신에게'의 청취자 분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광주에서 오신 별콩님, 화순에서 오신 나나님등 2, 30여분의 청취자 분들과 반갑게 차를 함께하며 인사도 나누고 사진도 찍었습니다.
멋진 연주와 친근한 방송 진행으로 한 해 동안 저희의 감성을 채워주신 정원님께 감사드리며, 저희 팬들은 내년에도 정원님의 곁에 머물겠습니다.
정원님, 그리고 '아름다운 당신에게' 청취자 분들 한 해 동안 감사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미지 : Pixabay, 직접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