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일기-1

Swan Diaries

by kay


나는 백조다.

흔히 얘기하는 백수가 된 지 어언 한 달째.

그 전에는 계약직으로 2년간 꽤 번듯한 직장에서 꽤 번듯한 직책으로 매일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아주 “체계적으로” 일했지만, 이제는 그냥, 집에서, 논다.

불만은 딱히 없다.

정신승리인지 몰라도, 21세기는 한 직장, 한 회사에서 9to 6로 일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생각해보면 예전에도 딱히 그렇지는 않았다. 주변에 사업하는 사람들 보면, 꽤 편안해보이는 라이프사이클을 가진 사람들도 많았다. 단지 주변의 다수가, 내 세대로 따지면 주변 남성의 다수가, 그렇게, 시계처럼 일했을 뿐이다.

시계도 존중한다.

특히 지난해와 지지난해에 ‘유명 대기업’에서 계약직으로 2년간 일할 때, 엄청나게 감동을 받았었다. 이렇게나 많은 뛰어난 사람들이, 이렇게나 꾸준하고 성실하게 일하고 있다니! 나는 지난 10년간, 주로 프리랜서로 일했고, “매일 9시 출근” 생활은 예전 소규모 잡지사에서 1년 했던 것이 고작이었기 때문에, 뉴스에 나오는 소위 ‘일반 직장인’ 생활을 들여다보는 기회는 굉장히 소중한 것이었다. 그들의 근면! 그들의 성실! 그들의 건강관리! 대박이었다. 감동이었다. 반면에, 나라는 사람은, 음... 좀 특이한 것 같았다. 어설픈 예술가 기질에, 톱클래스 연예인도 아니면서 자꾸 비밀을 만들려는 성격. 항상 위에서 내려다보는듯한 관찰, 그러면서도 책잡히긴 죽어도 싫어서 더블 체크, 트리플 체크, 쿼드러플 체크까지 하는 징함. 끊임없이 머리 속을 맴도는 ‘나는 달라’라는 생각, 그러면서도 잊지 않는 체념 및 자기비하... 좀 특이한 게 아닌가?

그렇게 2년을 보내고 백조가 되었다.

계약직 이전에는 ‘프리랜서’이기라도 했는데, 이제는 정말 순수한 백수다.

일단 중국어 학원을 끊었고, 요가는 원래 다니던 곳을 가기로 했다. 한 끼 한 끼 정성들여 내 입맛에 맞춰 요리를 하고 있고(시간은 충분하다), 그리고 글을 쓰려 한다. 나에 대해서, 시간에 대해서, 사상에 대해서, 그리고 운명에 대해서. 운이 좋다면, 책을 낼 수도 있겠지. 서두르진 않을 것이다. 이미 몇 번이나 서두르다 상을 엎었다. 엎은 상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깨진 그릇을 정리할 것이다. 그리고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나를 위한 요리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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