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일기-2

Swan Diaries

by kay

초코 크루아상을 먹고 있다.

초코 크루아상의 단점이라면 잘 만든 크루아상일수록 빵의 겹이 많아서, 그 겹이 작은 조각이 되어 손에 달라붙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 외에는 아주 훌륭하다.

속부터 차근차근히 말린, 레이스처럼 얇은 빵의 겹. 그리고 그 속에 새색시처럼 얌전히 들어앉아 부드럽게 굳은 초콜렛. 초콜렛과 빵 반죽이 어쩜 그렇게 섞이지도 않았는지 함께 있지만 ‘나는 크루아상, 너는 초코’하고 서로를 존중한다.

원래 초코 크루아상을 살 때는 집에서 원두를 핸드믹서에 갈아서, 갓 내린 드립커피와 마실 계획이었지만, 내가 머릿속에서 그린 그림보다 조금 늦게 눈을 떴기에 내 배고픔의 정도와 커피를 갈아서 내릴 시간이 맞지 않았다. 그래서 햄스테드(Hampstead) 유기농 잉글리시 브랙퍼스트 티에 저지방 우유를 조금 따라 넣어 마시고 있다. 갓 내린 드립커피와 먹는 것보다 나았느냐 하고 묻는다면, 논란의 여지가 있다.

오늘은 날이 좋다. 애인이 있다면 애인과, 가족이 있다면 가족과, 해를 쬐러 나가도 좋을 날씨다. 직장이 있다면, 출근하러 갈 때도 기분이 좋을, 그런 날씨다.

매일 출근을 해보니, 그런 게 있었다. 똑같은 동네에 가서 똑같은 일을 할 건데도, 기분 좋은 날과 안 좋은 날이 있었다. 24시간을 자유롭게 쓰는 것보다, 근무시간 8시간, 출근이나 퇴근 준비하고 왔다갔다 1-2시간, 자는 시간 대략 6-7시간이 정해져있다 보니까, 그날그날의 컨디션이 더욱 확실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실험군과 대조군이 더 확실하다 그럴까. 그리고 내가 2년 동안 직접 피실험자가 되어본 결과, 일어난 일들이 큰 변수는 아니었던 것 같다. 오히려, 날씨, 수면시간, 식사와 같은, 어쩌면 동물적인 변수들이, 그날의 컨디션, 혹은 기분에 더 큰 작용을 했던 것 같다. 인간도 동물이니까. 아니, 인간이 동물이라는 사실에 거부감이 느껴진다면 ‘인간도 식물은 아니니까’라고 해야 할까. 그렇지만 오늘 같은 날은, 식물이 되어 광합성을 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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