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an Diaries
외국어 배우기를 좋아한다. 외국어를 배우면서, 그 나라의 풍경과 사람들을 상상하는 것도 좋고, 그리고나서 실제로 그 나라에 가서 그 상상을 확인하는 것도 좋다. 중국 사람들은 과장을 잘하기로 소문이 났는데, 중국어를 배워보면 그 소문의 진원을 알 수 있다. 아무튼, 무조건 두 번 이상은 말해야, 아니면 ‘아주 그렇다’고 말해야 뜻이 통하니까.
그렇다고 실제로 과장이 심하다고 할 수는 없다. 어쩌면, 문법적으로 뜻이 통해야하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예를 들어 ‘좋다’고만 하면 안 된다. 그냥 ‘좋다’고만 하려면 ‘~보다 좋다’고 해야 한다. 중국어에서 ‘좋다’는 ‘아주 좋다’가 아니면 안 된다. 그리고 뭐든지 쌍으로 있는 것이 외롭게 혼자 있는 것보다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두 번씩 말하는 경우도 많다. 과장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글자가 외롭게 혼자 있을까봐 두 번 말해주는 것이다. 중국어에서 ‘둘’은 언제나 ‘하나’보다 좋다. 뭔가 철학적인 느낌이 들지 않나?
중국어가 이렇게 ‘과감한 중첩’과 ‘과감한 일반화’에 거리낌이 없다면, 일본어는 ‘배려의 아이콘’이다. 일본어를 배우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표현 중의 하나는 ‘~일지도 모르겠네요’이다. 일본 사람들이 정말로 즐겨 쓰는 표현인데, 이 표현의 묘미는 ‘예’인지 ‘아니오’인지는 상상에 맡겨진다는 데 있다. 한국어에서는 ‘그럴지도 모르겠네요’라고 하면 최소한, ‘당신의 논리는 이해한다’라는 뜻이 있지만, 일본어에서는 ‘나 참, 너 바보냐? 설마 그 말을 믿는 건 아니겠지’일 수가 있다. 물론, ‘당신의 논리를 이해합니다’일 수도 있다. 그런 해석의 ‘나혼자 성(性)’이 일본어의 재미있는 핫스팟이자 위험한 수렁이다. 다 떠나서 일본인은, ‘다 파악되는 말이란 것은 매력도 없고 매너도 없다’는 데에는 의견 일치를 본 듯하니까.
영어... 영어도 재미있다. 일본어의 ‘~일지도 모르겠네요’와 비슷한 표현이, 항상 직접적이기만할 것 같은 영어에도 있다. ‘very interesting’. ‘흥미롭네요’일 수도, ‘나 참, 너 바보냐? 설마 그 말을 믿는 건 아니겠지’일 수도 있다. very interesting! 들었다면 조심하자.
백조가 되어서 좋은 점 하나는, 이렇게 다양한 언어를 하루 종일 공부할 수 있다는 거다. 카페에서 치즈케이크와 아메리카노를 앞에 두고, ‘시장’ 같은 단어를 중국어로 발음하다보면, 행복이 이런 건가 싶다. 아주 불행할 때에도, 단어장은 늘 내 곁에 있었고, 불행에 관한 단어보다, ‘시장’이나 ‘자전거’ 같은 단어에 집중하게 해 주었었다. ‘시장’은 ‘실차앙(市场)’, ‘자전거’는 ‘쯔씽처(自行车)’다. 스스로 가는 차, 자전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