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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y Feb 14. 2020

아기 송아지가 태어났어요

극장에서는 역시 팝콘 -Community Homestead 22

32마리의 소를 돌보는 것이 만만치 않다. 소들의 하루 일과는 오전 11시 넘어 풀밭에서 목장으로 돌와서 사료와 건초를 먹고 쉬다가 오후에 젖을 짜고 다시 밖으로 나간다. 그때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는 풀밭에서 지내게 된다. 밖에 나가 있는 소들에게 물을 먹여야 해서 아침, 저녁나절 트럭에 물을 싣고 가야 한다. 한번 소들이 먹은 풀밭은 30일간 사용하지 않는다. 넓은 들판을 32칸으로 구획을 정해 놓고 날짜를 바꾸어가며 신선한 풀을 먹이고 있다. 30일간 풀들이 다시 자라고, 소들이 싼 똥과 오줌은 비료가 된다. 새벽 5시, 오후 5시 하루 두 번씩 젓을 짜야한다. 그리고 축사 청소를 하고, 건초를 먹이고, 세척하는 데에만도 3시간 정도 걸린다. 그나마 소를 챙기는 것은 다른 일에 비하면 쉬운 일이라고 한다.    

 

목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겨울에 먹일 건초와 사료 준비를 위해 매일 정신이 없다. 봄에 옥수수와 밀을 심어서 여름에 건초로 만들어서 창고에 보관한다. 트랙터, 컨테이너가 매일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목장에서 실제로 일을 해 보니 ‘아~ 신선한 우유를 마신다는 것이 쉽지가 않구나!’ 소리가 나온다. 

감사가 절로 나온다.

매일 짠 신선한 우유는 외부에 납품을 한다. 지난달에는 우유 등급이 상향되었다고 모두들 기뻐했다. 등급이 높을수록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홈스테드 식구들은 방금 소에서 짠 우유를 바로 마실 수 있다. 매일 우유통을 가지고 목장에 가서 밸브를 돌려서 우유를 담아 온다. 우리 집에서 우유 담당은 무술을 좋아하는 제이이다.  

    

목장에는 임신한 소가 두 마리 있는데, 아이들은 태어날 송아지한테 관심이 많다. 생명에 대해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져지는 것 같다. 덕분에 아이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목장에 들러서 윌을 찾는다.

“윌~ When baby cow?”

“not yet... 아기 송아지가 태어날 것 같으면 내가 알려줄게.”

“그래~ 얘들아. 엄마 소가 힘들어 보인다. 곧 아기가 나올 것 같아.”

“엄마도 나 낳을 때 그랬어요? 아팠어요?”

“그럼~ 이틀이나 잠을 못 잤는 걸~~”

“정말~ 그랬어요? 우하하하! 그랬구나~~”

산통을 겪고 있는 엄마 소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에게로 시선이 향하는 아이들이다.   

   

그렇게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송아지 출산이 예상과 다른 때에 일어나고 말았다.

“얘들아. 오늘 오전에 아기 송아지가 태어났어. 나도 못 봤단다. 아주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야”

“어마~ 윌. 정말요? 많이 보고 싶었는데 아쉬워요.”

“너희들 송아지 보러 갈래?”

“네~ 좋아요. 아기 송아지 보고 싶어요.”

태어난 지 몇 시간이 채 안된 아기 송아지가 엄마 소 옆에 누워있다. 어떻게 저렇게 올망졸망할 수 있을까 감탄이 절로 나온다. 엄마 소는 아기를 연신 핥아주고 있다. 힘든데도 아기 소를 챙기는 엄마 소의 모습에 내 마음이 자꾸 머문다. 이심전심이랄까?  

   

오늘은 오랜만에 하루 일과가 빨리 마무리되었다. 너무 일찍 잠자는 것도 아쉽고 해서 8시 30분에 산책을 나왔다. 저 멀리서 트랙터를 몰고 가는 윌이 보인다. 내일은 아침부터 비가 온다며 밤늦게까지 건초더미를 정리하고 있다. 한창 바쁜 계절에 비는 스케줄에 큰 영향을 미다. 그 시간까지 밥도 못 먹고 일하는 윌을 기다려서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기다리는 건 좋았는데, 모기한테 너무 많이 물렸다. 다리와 엉덩이가 너무 간지럽다.

      

다음날 새벽부터 우르릉 쾅쾅 비가 내린다. 요 며칠 안 내리더니만 정말 많이 쏟아진다. 우리 집 스탭인 윌이 비 때문에 바깥일을 못하게 되니 여유가 생겼나 보다. 저녁에 식구 모두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한다. 자기가 식구들 소통이나 교류에 신경을 써야 하는데 그동안 너무 바빠서 못 했단다. 미국에 와서 극장에 한 번도 못 갔으니 좋은 경험이 될 듯하다. 영화는 무술 이나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 제이 덕분에 Antman으로 결정되었다. 20분 거리에 있는 St. Croix극장으로 온 식구가 출동했다. 아이들은 역시 영화보다는 팝콘에 관심이 더 많다. 다른 식구들도 모두 팝콘을 사려고 줄을 서 있다.

“엄마~ 우리 팝콘 사야죠. 원래 이런데 와서는 먹는 거예요.”

“그래~ 우리 아이들용 하나만 살까?”

“엄마는~~ 우리가 세 명인데 안 되죠. 저거 큰 걸로 사주세요~~”

상영관에 들어갔는데 자리가 많이 비어 있었다. 다들 어디 간 거지? 알고 보니 몇몇이 상영관을 잘못 알고 픽셀을 상영하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는... 민서가 데리고 오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푸하하하      


영어를 잘 못 알아듣는 아이들이지만, 코믹 액션 영화라서 그런지 스토리 이해가 그럭저런 된다. 갑자기 사람이 개미들이랑 대화를 하고, 토마스 기차가 엄청 커져서 눈을 왔다 갔다 굴리고... 완전 만화 영화 수준이다.

아이들은 영화 보는 내내 팝콘과 음료수를 먹느라 바쁘고, 끝나고 나서 음료수 리필까지 한번 더 외친다.

그래 많이 먹어라~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하늘이 온통 먹구름으로 뒤덮여 있다. 먹구름 속에서 자기가 찾고 싶은 동물을 만나느라 바쁜 지민이가 졸고 있는 언니 옆에서 나에게 귓속말을 한다.

“엄마~ 난 언니가 되고 싶어요.”

“왜? 언니 있으니까 좋지 않니? 언니가 맨날 맛있는 거 사주고~”

“그건 옛날이죠. 내가 용돈 받기 시작하면서는 안 그래요. 반반씩 내요~”

“그래도 언니가 용돈을 더 많이 받지 않니?”

“그게 아니라니까요. 엄마~~”

“지민이 용돈 올해부터 받기 시작했는데~ 글쎄? 엄마는 잘 모르겠네~”

“아무튼 내가 언니가 되면 동생한테 엄청 잘해줄 거예요”     


오늘의 마무리는 형제간 서열인가? 아무렴 어때~!! 그 안에 사랑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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