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 소진 여행 - 제주로 '날아가자'
직장의 경영전략에 따라 현재 일하는 사업장이 통합 개편되면서 내년에 사라지게 되었다. 연말 성과 달성을 위해 한창 바쁠 시기, 갑자기 성장 동력과 업무추진력이 사라져 버렸다. 이미 올해 사업들이 모두 목표치를 100% 이상 상회하기에 부족함도, 아쉬움도 없다. 그간 쌓아왔던 사업 성과와 지역의 네트워크들이 사라지거나 축소됨이 안타까울 뿐이지만 기관의 경영방침이니 어쩔 도리가 없다. 더 나은 길로 가기 위한 잠시 휴식이라고 보면 될 터이다. 그간 벌여놓았던 사업을 잘 정리하면서 연말을 조용히 마무리하면 된다.
같이 일했던 공간을 마무리함과 동시에 함께 웃고 울었던 직원들과 헤어질 생각을 하니 너무 아쉽다. 세상을 변화시켜 보겠다고 청춘을 갉아먹는 사회복지의 늪으로 뛰어든 젊은 직원들의 땀과 열정의 그 향기를 다시 맡아볼 수 없어 너무 아쉽다. 힘들어도 해보겠다는 도전의 눈빛들을 다시 볼 수 없어 너무 아쉽다. 잘 배웠으니 다른 사업장, 다른 현장에 가서도 훌륭하게 해낼 것이다. 열기 빠진 리더를 부축해 주고 믿어준 착한 직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다들 제대로 휴가도 가지 못하고 사업 현장을 누벼왔는데 각자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쉼 있는 연말을 만들어가기를~
딱히 여행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 제주도에 가면 뭐든 하겠지. 그냥 친구의 자취방에서 가만히 누워 있어도 좋겠다. 돌이켜보니 과거 군대에서 9월 말 제대함과 동시에 10월 초 추석 연휴를 보낸 뒤 바로 새 직장으로 출근을 하게 되었을 때도 마지막과 처음의 시간을 서울에서 자취하던 이 친구의 집에서 보냈다. 인생은 쳇바퀴처럼 다시 도는 모양이다. 어디로 발령 날지 모르겠지만, 마지막과 새로운 시작의 준비를 이 친구의 제주 자취 집에서 하게 되었다. 내 운명인지 결혼 후에도 파견근무로 자취방에 거주하는 친구의 운명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숙박비는 굳었다.
여행 준비하면서(준비라고 해봐야 마일리지 항공권 구입하는 거 외엔 아무것도 없었음) 계속 들었던 노래.
https://youtu.be/rfdZUtlglkU?feature=shared
떠나자 떠나자 떠나자 기름을 채울 필요는 없을 거야
나는 노래들을 너는 춤 외엔 챙길 거 없어
날아가 날아가
물안개 위를 살포시 걸을 거야
너무 높지 않게 너무 낮지 않게
콘크리트 건물들을 보다 보면 나도 시멘트가 되어 버린 것 같아
가면 뒤의 얼굴을 마주하면 석고상이 무표정하게 날 노려 봐
소맷자락에 감추어놓았던 눈물들을 가져와 다 가져와
노랫가락에 맞춰 물결이 춤추도록 도시 한가운데 파란 호수를 만들자
커피를 마시지 않았는데도 나는 카페인이 되어 버린 것 같아
낮이 섞인 밤들을 마주하면 잠은 천장에 붙어 떨어지지 않아
떠나자 떠나자 떠나자 기름을 채울 필요는 없을 거야
나는 노래들을 너는 춤 외엔 챙길 거 없어
날아가 날아가
물안개 위를 살포시 걸을 거야
너무 높지 않게 너무 낮지 않게
난 여행의 기쁨 따윈 채울 필요도, 여유도 없다.
난 아쉬움을 챙길 테니 직원들은 열정만 챙겨서 굿바이 여행을 하면 되겠다.
무표정한 석고상은 내가 깨뜨려 버릴 테니
우리들 소맷자락의 눈물들은 제주 앞바다에 다 흩뿌려 버리자.
열심히 마신 우리들의 열정 카페인으로 더 멋있는 파란 호수들을 만들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