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단기렌트한 쏘카차량의 만기가 다가와서 어떤 차를 다시 타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후배직원이 조심스럽게 차량을 추천해 줬다. 15년 가까이 뚜벅이생활과 쏘카(공유차량)족으로 생활하던 중에 원거리로 발령을 받아 올해 초 단기렌트를 해서 출퇴근으로 이용해 왔던 참이었다. 렌트기간의 종료일이 가까워져서 이번 기회에 차량을 구입할 것인지 다시 단기 또는 장기렌트를 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으니 후배직원이 옆에서 조언을 해준 것이다. 그런데, 추천한 차량의 가격대가 너무 높아서 허허 웃고 말았다. 내 사회적 지위가 뭐길래... 내 재산 수준을 너무 높게 생각하고 있구나... 계속 웃음이 나왔다.
군생활을 통해 모은 돈으로 결혼을 하면서 작지만 내 집 장만도 했고 어렵지 않게 아이도 태어났다. 직장에서 승진도 빨라서 내 인생은 성공했다고 여겼었다. 2004년 당시로선 꽤 큰돈이었을 2천500만 원을 들여 중형 SUV(당시로선 제일 큰 대형 SUV)를 현금일시불로 구입했다. 열심히 살았으니 그런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고 태어날 첫아기의 안전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와 아내가 열심히 모아 타고 싶은 차를 타는 게 뭐 문제일까 싶었다. 혹시라도 사고를 당하면 가족의 안전을 위해 SUV를 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겨울철 강원도로 스키를 타러 가야 하니 4륜차량을 선택했다. 재테크도 열심히 했고 계속 급여가 올라갈 것이라는 믿음으로 가계재정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미련한 짓이었고 삶의 철학도 없는 짓이었다. 젊었을 때 한번 플렉스 해본 것으로 만족한다.
이전 글에서 밝혔듯이 아이들이 3명이나 태어나고 어머니도 모시고 살아야 하니 큰 집이 필요했다. 그렇게 집에 투자를 하다 보니 자금운용이 쉽지 않았다. 그리고 지구환경에 대해서 업무적으로 고민하게 되면서, 또 건강에 대해서 신경을 쓰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뚜벅이족이 되었다. 여러 이유로 그간 타던 차량을 처분하고 한두 번 렌터카를 이용하던 시기, 마침 쏘카라는 공유차량서비스가 생겨나 집 주변에서 편하게 차를 빌릴 수 있었다. 급히 차량이 필요할 때, 짧은 시간 차가 필요할 때, 근처 쏘카존으로 뛰어가서 차량을 빌리면 그만이었다. 건강한 다리가 있으니 나만 좀 고생하면 가족들의 이동문제가 해결되었다. 그렇게 살다 보니 어느덧 15년 동안 차량소유 없이 살게 되었다.
후배직원이 추천해 준 차량의 카탈로그를 보았다. 뭐 마음만 먹으면 이깟(?) 차를 타지 못할 이유도 없어 보인다. 친구들, 비슷한 직책에 있는 사람들은 외제차를 몰기도 하고 대부분 중대형차를 몰고 있다. 돈이 없는 모양새를 실용성과 사회성을 갖췄다며 웃어넘기는 것도 하루이틀이다. 렌트한 경차를 타고 다니면 고속도로에서 자주 위험에 처하고 배려도 잘 받지 못한다. 어디 행사장에라도 갈라치면 지하 깊숙한 곳이나 입구에서 먼 쪽에 주차하라고 알려주니 비싼 차에 마음이 가기도 한다. 경차를 타다가 K3급이 소형차만 타도 승차감이 너무 편하고 좋다. 환경을 위해서는 전기차를 타야 하기에 고급차는 안된다 생각했더니 고급차에도 전기차가 잘 마련되어 있다. 화재사고 등으로 전기차 인기가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상위 등급의 전기차량은 여전히 수천만 원을 줘야 한다. 중고차에는 눈이 잘 안 간다. 렌트차량은 새 차, 중고차 상관없는데 내차만큼은 새 차로 사고 싶다. 개인성향이 아주 지랄 맞다. 도대체 뭐 어쩌자는 건지.
쏘카에서 5개월간 렌트한 차량의 만기가 곧 돌아온다. 연말이면 여러 업체들이 과감한 가격할인 프로모션을 펼칠 텐데 한두 달만 다시 단기렌트를 해야 하나 고민이 된다. 출퇴근 시 이용하는 고속도로에서 할인을 받으려면 경차를 이용해야 하니 다시 경차를 계약해야 하나...
장기렌트하면 기본 3년은 타야 하는데, 지금 소형 전기차 구입 시 3년 동안 렌트비랑 비슷하게 차량할부금을 낼 수 있다, 물론 약간의 선납금이 필요하긴 하지만.
집 근처에서 근무하면 이런 고민을 안 해도 될 터인데...
경차렌트비도 한 달에 50만 원 초반을 내야 하니 가계에 부담이다. 경차 타는 일부 재벌들은 이런 고민 없이 경차를 타고 존경도 받겠지.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