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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년 지기들 제주 먹방 여행

돼지++ 껍데기 40

by 구르는 소

작년 연말에 혼자 왔던 제주도를, 다시 찾았다.

이번엔 같이 늙어가는 지인들 4명과 함께다.

31년 세월을 같이 보내면서 '다 함께 제주도'는 처음이다.


아저씨들의 여행은 딱히 보여줄 게 없다. 그냥 먹방이다.

먹고 싶은 메뉴를 고르고, 적당한 식당을 정한 뒤, 식당 주변의 볼거리를 정한다.

실컷 먹고 나서 배가 부르거나 피곤할 땐, 그냥 숙소로 들어가면 그만이다.


왕갈치조림과 회, 구이에 고등어 회까지

제철 맞은 제주산 대방어 회를 떠서

쫄깃쫄깃한 제주산 흑돼지와 멸치국수를 함께 받아

돔베고기와 고기국수는 간단히 먹어보고

은희네 해장국으로 아침의 허기진 속을 달래다가

우도땅콩 / 한라봉 아이스크림으로 입맛을 다시 다신 뒤

전망 좋은 곳에서 커피 한잔 들이키며 소화를 시키고

직원들과 가족들 먹인다고 지역 빵집 들러 시식용 빵을 각자 맛본 뒤

귤농장에 들어가 황금향과 귤을 사면서 배 속에 잔뜩 집어넣은 후

공항에 와서 제주마음샌드까지 맛보았다.


인생이 무엇이랴.

마음에 맞는 사람들, 오랜 시간 함께한 친구들과

어울려 맛있는 거 먹으면 그게 행복인 것을~


먹기만 하면 재미없었을 텐데

계엄령 사태 때문에 대화거리가 끊이지 않아 지루할 틈이 없었다.

어려운 시기에 만나서 각자의 삶을 31년간 살아왔는데 모두들 돼지가 되었다.

껍데기 두꺼워진 돼지들이 제주 여행 먹방을 찍었다.


안 그래도 돼지들인데 더욱 두꺼운 껍데기의 돼지들이 되었다.

각자 자기들 껍데기 건강히 잘 관리하면서 살아들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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