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인 감정 변화에 대처하는 요령

by 홍환

감정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변한다. 신변에 변화를 일으킬만한 거대한 사건까지 가지 않더라도 타인의 가벼운 말 한마디, 일상의 작은 실수, 건강 상태, 날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변수에 의해 항상 변한다.


예측할 수 없는 감정의 변화. 특히 부정적인 방향의 감정 변화는 사는 데 있어 적지 않은 불편을 초래한다. 감정이라는 것은 의욕에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뭔가를 계획하고 의욕적으로 해보려는 순간에 의도치 않은 외부 요인으로 인해 부정적인 감정 변화가 일어나 그것에 대한 의지를 모두 잃어버리면 그렇게 억울하고 속이 상할 수가 없다.


그 영향이 미치는 범위가 특정한 일이나 계획에 국한된다면 그나마 감당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삶 전체에 걸쳐 작용할 때이다. 우울, 불안, 슬픔, 허무, 자책, 자기혐오 등의 갑작스럽게 일어난 거센 부정적인 감정에 집어삼켜져 삶에 대한 의지가 사그라들 때면 정말 어떻게 손을 써야 할지 알 수가 없어진다. 이성적으로는 빨리 이 감정에서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하지만, 감정 변화라는 것은 의지로 일으킬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부정적 감정의 소용돌이에 시달리다 보면 눈앞이 캄캄해지고 숨쉬기가 힘들어진다. 지쳐서 모두 다 포기하고 손에 쥐고 있는 모든 것을 그냥 다 놔버리고 싶어진다. 삶에 대한 의욕도 의지도 모두 잃어버리고 만다.


이런 감정 변화를 어떻게든 통제해 보고 싶어서 한때 ‘내 감정을 다스리는 법’ 같은 책을 열심히 읽었던 적이 있다. 그중 명상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관조하여 감정과 나를 분리하는 이론이 몹시 설득력이 있었다. 하지만 방법을 안다고 누구나 다 그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해 보았지만 나 역시 감정을 통제하는 능력을 갖추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 실패가 딱히 부끄럽거나 괴롭지는 않았다. 나뿐만이 아니라 아마 거의 대부분의 현대인이 마찬가지일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다분한 노력 끝에 부정적인 감정 변화에 대처하는 소극적인 요령 하나 정도는 생겼다. 그 요령이란 격렬한 부정적인 감정이 불시에 닥쳐왔을 때 ‘감정 변화는 통제할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이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감정이 변화하는 것은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지금 닥쳐온 이 거대한 부정적 감정 상태를 내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유지하려고 해도 그것은 불가능하다. 감정은 항상 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감정이 변하는 것을 통제할 수가 없어서 내가 지금 이 지경에 처했지만, 마찬가지로 감정이 변하는 것은 통제할 수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 이 감정 상태도 곧 변할 것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다.


그래서 부정적 감정 변화가 찾아왔을 때는 온몸에 힘을 빼고 모든 생각을 다 내려놓고 그냥 버틴다. 시간만 벌면 무조건 이 감정 상태가 변화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현재를 견딘다. 게임을 하든, 산책을 하든, 음악을 듣든 어떻게든 절대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린다. 잠만 자고 일어나도, 바람만 쐬고 와도, 밥만 먹어도 변하는 것이 사람 마음이다. 시간이 지나기만 하면 지금 이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 상태도 반드시 다른 상태로 변하고 만다. 불행하지만 동시에 다행스럽게도 감정 변화는 통제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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