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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래불사춘 Jul 20. 2021

갑자기, 주말부부의 삶은 어떨까

내가 없음으로써 나의 있음을 알린다.


정신없는 한주가 지났다.

지난주 평일 한가롭던 오전 시간. 아내에게 연락이 왔다.


"회사 그만두려고."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애써 냉정을 찾고 이내 알았다고 대답했다. 업무에 대한 부담이라면 한 번쯤은 만류해 보고 싶었으나 최근 아내에게 들었던 회사 내의 분위기로 짐작하건대 인간관계에 대한 문제일 확률이 높았다.

나도 예전 사기업에 다닐 때 퇴사의 경험이 세 번 정도 있기에 관계가 무너져 버렸을 때 하루하루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도 익히 알고 있는 터였다. 그러한 이유라면 시기와 상관없이, 실업급여나 육아휴직 등의 대안 같은 것을 고민할 여유도 없다. 어쨌든 아내가 그만둔다고 해서 그게 큰 문제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생활비는 이제 내가 벌면 되니까.


그러나 복직의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했다. 우리는 지난 3월, 아내의 직장이 있는 춘천으로 이사를 왔고 나의 직장은 여전히 서울이다. 출퇴근 가능 여부를 먼저 따져보았다. 집에서 남춘천역까지 차로 15분, itx를 타고 상봉역에 내려 7호선으로 환승하여 발령받게 될 근무지 지하철역에 내리고 또 걷고...

족히 2시간 반은 소요되는 여정이다. 새벽 6시에는 출발을 해야 하고 대중교통이 열악한 춘천의 사정상 자차로 전철역까지 가야 하는 데 주차 등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그리고 왕복 다섯 시간이 소요되는 출퇴근을 감내할 수 있을지가 우선 걱정되었다.


그렇다면 춘천시로 인사교류를 하는 것은?

우리는 내가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최대 기간인 4년을 생각하고 춘천의 주택 마을로 이사를 왔다. 아내도 나도 언젠가는 임대를 준 아파트로 다시 돌아갈 것이라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춘천으로 교류를 한다 함은 앞으로 평생 춘천에 눌러사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도 나름의 가치가 있는 선택지이긴 하나 이사온지 육 개월도 안된 시점에 결정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교류 시 1계급 강임이 되는 행정적인 불리와 지역의 텃세를 극복할 수 있냐는 적응의 문제도 지나칠 수 없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서울의 직장 근처에 작은 방을 하나 얻어 주중에는 근무하고 주말에만 춘천의 집을 오가는 것이다. 살던 곳과 춘천의 전세금 차이로 서울의 원룸 정도의 전세를 마련할 돈의 여유는 있었다. 아내가 직장을 그만둔다면 힘들긴 하겠지만 혼자 아이들을 케어하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을 것이었다. 실제로 아내가 얼마 전 한 달 동안 장기출장을 갔을 때도 이미 익숙해진 생활환경에 혼자 육아하는 것에 큰 무리는 없었다. 다만 방학 때가 좀 걱정이 되긴 하지만 그때그때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엄마와 8살, 5살 아이들만 제법 큰 집에 두고 가려니 쉬운 마음은 아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최소한의 생활비는 벌어야 하고.

 



주말부부는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는 소리가 있다. 주말부부의 생활에 대해 검색을 해보니 경험자들의 의견이 분분했는데 아이들이 눈에 밟혀 부정적인 쪽이 있는가 하면 3대는 무슨 10대는 덕을 쌓아야 한다는 주말부부 예찬론자도 있었다. 그래도 공통적으로 부부가 덜 싸우게 되고 애틋해진다는 점에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다.


사실 그래서.


무엇인지 모를 설렘도 있다.

혼자서 생활하는 삶. 결혼 후 줄곧 가족들과 부대껴 살며 쓸데없는 감정 소모를 하기도 하고 상대의 기분에 따라 눈치를 보기도 하는 생활에 지치기도 했다. 부부가 한동안은 멀리 떨어져 지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나는 솔직히 반대의 입장에서 혼자 아이를 케어한다고 해도 자신이 있다.  지난 두 번의 육아휴직을 통해 아이들이랑 함께하는 생활을 잘 꾸려갈 수 있을 기술과 경험이 생겼다. 결혼 후 줄곧 돈 관리를 따로 했던 아내와 나지만 이번에는 나에게 필수적인 최소한의 비용만 빼고 버는 돈 모두를 보내주려고 한다.


서로 가정에 더 많이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을 많은 부부들이 하고 있다. 대부분의 갈등은 거기서 생겨난다. 서로 어떤 부분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설명할 시간이 충분치 않기에 본인이 담당하는 일의 중요함을 더 부각해 생각하게 된다. 배우자의 부재는 그간 상대가 해왔던 일들을 몸소 경험하게 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내가 없음으로써 내가 있음을 알리는 것. 김애란 작가의 소설에서 감탄했던 표현이 지금 나를 재촉한다.


조만간 아내의 퇴사 후, 서울로 방을 알아보러 갈 것이다. 회사에 복직을 상담하고 좋은 자리로 부탁도 해봐야겠다. 서울을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울지 무거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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