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된 마음들

모두 고생했습니다.

by 우원

올해 학교를 옮겼기에 수능 감독을 가는 것에 대해서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너무 먼 곳으로 배정이 되었다. 근무하는 학교 근처로 배정된 선생님들이 안타깝게 바라보신다. 어디든 내비게이션만 있으면 척척 찾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일도 아니겠지만 익숙하지 않은 초행길 출장 갈 일이 생기면 어김없이 마음이 불편해진다. 많이 걷겠지만 다행히 집에서 근처까지 가는 대중교통이 있다.


아직 깜깜한 여섯 시경에 집을 나선다. 차가운 새벽 공기를 맞으며 아직은 조용한 거리를 걷는 기분이 상쾌하다. 집에서 나선 지 1시간이 조금 넘어서 학교에 무사히 도착했다. 올해는 1,2,3 감독을 골고루 맡았다. 성실하게 공부해 왔을 것 같은 착실해 보이는 여고생들의 긴장감이 느껴진다. 최대한 편하게 시험을 볼 수 있도록 살핀다. 나보다 더 나이가 많으신 수험생들도 있었는데 무슨 꿈을 안고 도전하셨을까 잠깐 상상해 보며 존경과 응원의 마음을 보냈다. 수능 감독은 가기 전에는 부담스럽고 걱정이 앞서는 업무이지만, 학생들의 중요한 순간에 함께 하며 일조할 수 있기에 뿌듯함도 크다. 마지막 교시에는 3 감독이라 답안지 검수가 끝날 때까지 20-30분 정도 수험생들과 함께 있었다. 큰 시험을 끝낸 학생들의 얼굴을 살펴본다. 망연자실한 얼굴, 홀가분한 얼굴, 도저히 감정이 읽히지 않는 얼굴도 있다. 드디어 퇴실해도 좋다는 연락을 받았다. 모르는 학생들이지만 고생했다는 인사를 해주며 마지막 나가는 학생까지 배웅했다. 한 학생이 머뭇거리며 다가와 종이로 접은 하트를 건넨다. 대기하면서 접은 모양이다. 무슨 의미로 건넨 것인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주는 학생도 받는 나도 따뜻하게 미소 짓고 있었기에 그 사실만으로 좋았다.


수능 한파가 아니라서 맑고 빛이 가득한 날씨라서 더욱 고마운 날이다.


온 마음으로 꽉 채워 하루를 보내고 받은 수당은 맘 편히 이른 아침 수능 감독을 갈 수 있게 아이들을 챙겨주시는 엄마께 드린다.

손사래를 치시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