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 하나라도 하자.
실은 이미 방학은 끝났다.
소속된 학교는 다음 주 개학이지만, 겸임 학교는 그제 개학을 했기에 유난히 짧았던 여름 방학은 이렇게 마무리되어버렸다.
학기 중에는 늘 피로한 상태로 나의 출퇴근에 신경이 곤두서 아이들의 기본적인 것만 챙기고 살았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 준비 틈틈이 아이들을 깨우고 아침 식사를 차렸다. 퇴근하면 집안 일과 저녁 식사를 챙기고 쓰러졌기에 아이들이 별 탈없이 잘 생활해 주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여겼다.
방학하기 이틀 전, 막내가 다소 어이없는 이유로 넘어져 팔이 골절되었고, 반 아이들과 다툼도 있었다. 순한 아이가 마음이 많이 상해서 품에 안겨 엉엉 울었다. 방학이 시작됨과 동시에 그간 보지 못했던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24시간 아이들의 전담 비서가 되어 더 영양가 있는 식사를 준비하고, 병원에 다니고, 아이들이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것들을 함께 했다. 아끼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나의 의무이자 기쁘게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방금 차려낸 음식이 순식간에 비워지고 설거지 할 식기가 쌓여있는 싱크대를 바라보는 일이 반복될수록 한숨이 나오고 지치기 시작했다. 1학기를 마치고 지쳐있는 몸과 마음을 충전할 시간이 절실히 필요하지만, 기회를 만들기 쉽지 않다.
막내가 4달 동안 들었던 온라인 수업이 마무리되고, 선생님께서 서울 본사로 학생들을 초대하셨다. 다친 팔로 그 먼 길을 꼭 가고 싶다는 막내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5시에 집을 나섰다. 기차를 타고 서울에 도착해서도 꼬빡 1시간 30분 지하철을 타고 겨우 당도했다. 초행길에 길치 엄마는 최선을 다해 모임 장소에 데려다주고 한숨 돌린다. 그제야 공복인 배가 신호를 보낸다.
가끔 서울에 와서 여유가 되면 들렀던 곳. 당인리 책발전소가 걸어서 17분 거리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쭉 들이키니, 아! 이제야 살 것 같다. 조용한 북 카페에 앉아 가만히 앉아 창 밖의 빗소리를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다. 오롯이 혼자인 순간, 긴장이 풀리니 졸음이 밀려온다.
방학이 끝나기 전, 좋아하는 것 하나라도 해야 덜 억울할 텐데, 이걸로 되었다.
덕분에 글도 한 편 쓴다.
정말 이걸로 되었다.